남북 핫라인 복원, 회담 초읽기 … '넘어야 할 산' 연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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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 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신년사)
“고위급 남북 당국 회담하자, 끊긴 남북 채널 복원하자”(2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3일 오후 3시 30분부터 판문점 전화를 받겠다. 남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하겠다”(3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북 회담 제의 하루만에 핫라인 연결하겠다 #남북 당국간 회담 28개월여 만 개최 가능성 커져 #이선권 '"대표단 파견 실무논의" 선 그어 #핵문제와 대북제재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 복원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간다. 지난해 7월 17일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남북 군사 당국 회담과 적십자 회담에 5개월여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남북 간 분위기 전환에 대해 미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헤드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남북 대화는 그들의 선택”이라며 “김정은이 한미 사이에 어떤 이간질을 하려고(drive a wedge) 할지 모른다. 김정은의 진정성(sincerity)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했다.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온도 차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남북이 28개월여 만에 회담 테이블에 앉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①테이블에 북핵문제 올라갈까 =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대북 회담 제의를 하며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남북 당국 간 마주 앉게 된다면 여러 가지 서로 관심사항에 대해서, 또 북측에 제기해야 할 사항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회담이 열리면 비핵화 문제도 포함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임을 고려하면 핵 문제를 의제에 포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선권 조통위원장은 3일 “우리(북한)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북한이 “핵 무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판문점 채널을 복원하고, 회담에 응하겠다는 취지의 뜻을 밝힌 것은 환영할 부분”이라면서도 “향후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문제 논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뒤로 미루고 당장 급한 올림픽 대표단 파견 문제만 논의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국내외의 여론이 곱지 않을 것이란 게 정부의 부담이다.

②대북 독자제재는 어쩌나 = 남북이 북한 고위급이나 예술단, 응원단을 포함한 대표단 파견에 합의하더라도 실무적으로 난제가 부닥칠 수 있다. 정부는 북한 대표단장의 격(格)이 고위급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유력한 인물은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최용해 당 부위원장이다. 그러나 그는 2016년 12월 2일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에 묶여 있다. 북한의 국적 항공사인 고려항공 역시 제재 대상이다.

다만, 이들은 국내 자산 동결과 외환 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제재 대상이어서 원칙적으로 방한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제재 대상자의 방한을 정부가 수용할 경우 정서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이들을 제재한 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것으로 한국의 안전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출입국 관리법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국내 입국 금지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11조)

북한이 대북제재의 틀을 깨려는 의도에서 최용해를 고려항공에 태워 한국에 보내겠다고 하면 우리 정부는 난감해진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제재를 해석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관계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논란이 생길 전망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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