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인물」·「젊은 얼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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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의 밀실공천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가 늦어도 내주 초쯤은 뚜껑이 열릴 전망이다.
공천심사 특위는 14일쯤 공천자 명단을 확정, 제3의 장소에서 중집위를 열어 추인을 받은 뒤 당총재인 노태우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받아 발표할 계획으로 있는데「의외의 인물」「참신한 신인」이 많을 것이라는 예고다.
○…민정당은 공천심사위원들이 외부와 완전 차단된 채 심사작업을 벌이고 있는「밀실공천」에 모든 관심과 신경이 집중돼 있는 상태.
지난10일 오전 청와대를 다녀온 뒤 잠적한 심사위원들은 일반의 접근이 안 되는「안가」 에서「안가」로 옮겨다니며 일체외부에 노출을 않고 있어 정확한 윤곽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사를 중심으로 각가지 세만 무성.
밀실에는 심사위원 9명 외에 이년석 기획조정국장을 비롯한 자료정리요원 5명 등 극히 제한적인 인원만 참여하고 있는데 꼭 필요한 자료·물품을 반입하는데도 번호가 알려지지 않은 차량을 이용하는 등 마치 군 작전하듯 보안유지에 철저.
그러나 심사위원장인 채문식 대표위원만은 정상 출·퇴근을 해 작업에 구체적인 간여는 안하고 있는 듯한 인상.
채대표는『당초 계획과 달리 갑자기 위원장을 맡는 바람에 나도 어리둥절하다』면서『공천작업현장에는 가보지도 않았고 앞으로 갈 예정이 없다』고 말해 위원장이 교체 된데 따른 불편한 심기를 은연중 토로.
대부분의 당직자들이 심사위원에 포함돼 있어 다른 당무는 완전 마비상태며 당사도 텅 비어 있는 중에 긴장감만 감돌아 민정당은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
당 관계자들은 신청자가 1천 4백여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탈락자의 반발 등 공청후유증을 심각히 우려해 집단항의에 대비까지 하고있다.
○…한때 현역 지구당위원장 중 50%까지 대거 탈락할 것이란 소문이 나돌다 소선거구제를 채택함으로써 상당수가 구제되게 됐지만 여전히「10명세」,「20명세」이 그럴싸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엔 신진대폭기용 설과 함께 현역 탈락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현역들은 전전긍긍.
한 소식통은『소선거구가 되어 현역의원을 많이 재기용하게 된 것은 사실』이라 면서도『뚜껑을 열면 의표를 찌르는 인물들이 많아 놀랄 것』이라고 예고.
결국 신진기용 율이 높은데 비례해 현역 탈락 율도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
사무처는 의원 개개인의 고과성적표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대통령선거 때의 활동 등 당에 대한 기여도 △지역신망도와 지지기반 △지구당 조직관리상태 △기타 의정활동 등 일반적인 항목별 평가가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각급 정보를 종합한 의원개개인의 품위, 재산관계 등을 다룬「비 자료」도 있다는 것.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①당선가능성 ②새 공화국 이미지와 부합여부 ③충성도 등의 기준에 맞춰 면밀히 심사중인데 현역 중 최소 15명 이상은 솎아질 것으로 관측.
한 심사위원은『해바라기형 강성 이미지의 인물과 이권개입 등 부패인사, 무능력 판정자 등 몇 명은 본보기로 제외될 것』이라고 비장한 의지를 보였다.
현재 입에 오르내리고 있거나 괴문서에 올라 있는 탈락예상 의원으로는 영남에서 P·L·K씨 등 7∼8명, 호남에서C씨등 3∼4명, 충청의 C·L씨등 4명, 경기 P·K씨, 서울·부산지역 2∼3명등 18∼21명 정도.
이들 중 일부 군 출신들은 새로 영입될 군 출신들을 위해 「직역」 배정비율 상으로도 탈락이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동안 중앙에선 무리 없는 인물로 꼽혀왔던 인사였으나 이번 공천을 앞두고 실시한 실사에서 각종 이권개입·치부사례가 드러난「호박씨」형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
노태우 대통령의 친·인척 부기용 원칙에 따라 김복동·김진호씨가 출마포기를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전대통령의 친·인척 역시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강성인물·군 출신 등을 배제할 움직임.
이에 따라 김상구의원 등의 재 공천여부가 관심이 되고 있고 이른바 「3허」중엔 「1허」만 받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동호 도공사장도 이미 현직에 있도록 통보 받았다.
○…밀실작업은 1차 농촌지역 등 1백 70여명의 인선을 끝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주말을 이용, 서울 등 대도시지역의 영입작업을 매듭지을 작정인데 한 소식통은『서울등 대도시 공천작업이 대단히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장담.
심사위원들이 영입대상자를 분담, 직접 집으로 방문하거나 은밀한 장소에서 만나 교섭하고있는데 이른바 전직거물 중엔 쾌히 수락하는 인사는 거의 없으나 그 대신 신진인사들에 대한설득에는 별무리가 없다는 것.
중량급 중에서는 조건부 응락자가 더러 있으나 그 조건이란 것이 『선거비용을 전액 부담해달라』 『당에서 선거운동을 맡아달라』는 등 공짜로 먹겠다는 식이어서 교섭하러간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는 것.
노신영 전 총리는 천안농장을 가꾸는 일에 전념하고 있고 선뜻 응해줄 줄 알았던 김성기 전 법무장관도 사양하고 있다.
김재순 샘터사이사장은 『김대중씨가 출마한다면 그에 대한 정치적 심판을 하기 위해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미 철원-화천 쪽을 굳히고 있다.
민정당은 이 바람에 당초의 공천계획방향을 1백 80도 바꾸어 신진들을 대거 기용키로 결정.
소식통은 『제6공화국의 새로운 정치이미지에 부합되는 「성격 있는 공천」을 할 것』이며 『특히 서울경우는 현역·거물 가리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서울전체를 단일 구로 생각하고 △현역 △중진 △신인의 비율이 조화되도록 「팀컬러」를 중시하는 공천을 하기로 했다는 것. 따라서 당초 단계적으로 발표할 방침을 바꾸어 서울 42명을 한꺼번에 발표함으로써「서울 팀」의 모습을 선보인다는 것.
서울공천에서는 인권변호사들과 많이 접촉했는데 『국회에 들어가 인권문제를 직접 해결해 보라』는 권유에 몇 사람이 쾌히 응낙해 조영일 변호사는 서초로 내정.
교수들 중에는 교섭이 진행중이나 김현동·유종렬 교수 등과 대구에 공천신청을 한 배성동 의원, 이종률 전 정무장관 등이 물망.
또 자수성가형 기업인들도 많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름만 가지고 뛰는 방법은 지양하고 젊은 기업인들의 활력을 충분히 이용할 것』이라고 예고. 이들 중엔 통대 출신이 많아 정치적 기반은 어느 정도 구축돼 있다는 분석이다.,
민정당 측은 특히 재야인사들도 영입하겠다고 비밀접촉을 했는데 한겨레당 K씨등 몇몇 인사들에게 권유했으나 실패했다. <허남진·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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