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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피겨 단일팀 구성, 현실성과 문제점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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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훈련한 남북한 피겨 페어 선수들. 왼쪽부터 김주식(북), 김규은, 염대옥(북), 감강찬. 남북 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감강찬-김규은의 평창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훈련한 남북한 피겨 페어 선수들. 왼쪽부터 김주식(북), 김규은, 염대옥(북), 감강찬. 남북 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감강찬-김규은의 평창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수도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남북 피겨 스케이팅 단일팀 구성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졌다. 4종목 점수 합산으로 치러지는 단체전에 함께 나서자는 계획이다. 남자 싱글, 여자 싱글, 아이스댄스 개 종목에는 남쪽 선수를, 페어에는 북쪽 선수를 출전시키자는 계획이다. 제안의 현실성은 어느 정도일까. 실행에 문제는 없을까.

최문순 지사는 지난해 말 중국 쿤밍(昆明)에서 열린 남북 간 비공개 회동에서 북측에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피겨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최 지사는 2일 CBS 라디오에서 "피겨 단체전이 4종목인데 우리(한국)는 남·녀 싱글, 아이스댄스 출전권을 획득했다. 북은 남녀 페어에서 참가 자격을 얻어 절묘하다"고 말했다. 북한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림픽 피겨 단체전은 2014년 소치올림픽부터 신설됐다.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4개 종목에서 1개팀씩 출전해 합산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단체전 출전 자격은 4종목 중 3개 이상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2017-18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세계선수권, 4대륙선수권 등 7개 대회의 종목별 점수를 합산해 선정됐다. 한국은 합계점수 11위에 올랐으나 9위 스페인이 2종목(남자 싱글, 아이스 댄스) 밖에 쿼터를 따지 못해 극적으로 단체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자력 출전권 확보엔 실패했으나 단체전 출전국과 개최국에 주어지는 총 10장의 추가 쿼터를 통해 페어에도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북한이 참가 자격을 얻었다'는 최문순 지사의 주장이 근본적으로 틀렸다. 북한의 페어 조인 염대옥(19)-김주식(26)가 올림픽 엔트리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염대옥-김주식 조는 지난 9월 네벨혼 트로피 6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으나 마감시한(지난해 10월 30일)까지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아 출전권은 다음 순위였던 일본에 돌아갔다. 물론 염대옥-김주식 조가 올림픽에 참가할 확률은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의 올림픽 참가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와일드카드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단체전에 출전할 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북한 페어의 단체전 출전이 허용될 경우 한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형태-김수연 조는 네벨혼 트로피에서 15위에 머물러 올림픽 출전권 획득엔 실패한 뒤 해체했다. 하지만 감강찬(23)-김규은(19·하남고) 조는 2차 선발전에도 나서며 국가대표로 활동중이다. '단일팀'이란 변수가 없다면 이들에게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 조가 단체전에 참가할 경우 이들에게 주어질 추가 쿼터를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북한 피겨 페어팀의 김주식(왼쪽), 염대옥. [IRUE 트위터]

북한 피겨 페어팀의 김주식(왼쪽), 염대옥. [IRUE 트위터]

한국여자아이스하키대표팀은 지난해 6월 비슷한 케이스의 일을 겪었다. 정부는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하지만 북한은 출전권을 따지 못했다. 단일팀이 구성될 경우 23명 엔트리의 배분, 조직력 저하에 따른 전력 약화, 예선 탈락국과의 형평성 등 문제가 제기돼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선수단을 평창 겨울올림픽에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불씨가 되살아났다. 한국 선수들 반발을 고려해 ‘23+α’(한국 선수 전원에 북한 선수 일부 합류)안이 제시되고 있다. 피겨의 경우 IOC와 ISU, 국내 선수들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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