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외국인 투자 촉진제도는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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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Q. 신문을 통해 유럽연합(EU)이 지난해 12월 한국의 외국인 투자촉진제도에 대해 ‘조세 유해 제도’라고 판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EU는 이 제도의 어떤 점을 문제 삼았나요.

세금 감면 등 최대 7년간 인센티브 #EU “내·외국인 조세 차별” 지적 #정부 “조세주권 침해” 반발하지만 #“실효성 없는 제도 고쳐야” 의견도

외국 기업 투자 유치하기 위해 세금 깎아주는 거죠" 

A. 외국인 투자 촉진제도는 말 그대로 외국 기업을 국내에 보다 많이 유치하기 위한 정책입니다. 어떤 방법을 쓸까요? 정부는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주는 데 가장 큰 인센티브는 바로 세금 감면입니다. 기업이 한 국가에서 경영 활동을 하고, 이익을 얻으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정부는 외국인 기업에 대해선 세금을 감면해 줍니다.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세금을 덜 내는 지역에 투자하려고 하겠죠. 한국의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고도기술 수반 사업과 산업 지원 서비스업을 하는 외국인 기업, 외국인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인 기업 등은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지원 형태는 두 가지입니다. ‘7년형’과 ‘5년형’이 있어요. 7년형은 5년간 세액의 100%를 깎아주고, 그 후 2년간은 50%의 세금을 면제해줍니다. 5년형은 3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고, 이후 2년간은 절반의 세금만 받아요. 이 제도는 지난 1962년 기술 유치를 목적으로 외자도입법이 도입되면서 일부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했어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로의 투자 유치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 분야가 확대됐어요. 현재와 같은 지원 형태는 99년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법에서 언급된 외국인투자지역은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희망하는 지역에 대해 특별시·광역시 단체장 또는 도지사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외국인 투자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해요. 충남 천안, 경남 사천 등 현재 모두 106곳이 지정돼 있어요.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투자지역보다 범위가 넓어요. 경영 활동을 위한 입지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주거, 의료, 교육, 금융 등의 기능이 있는 복합 주거지역을 조성해 외국인이 보다 기업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한 곳이에요. 정부가 지정한 경제자유구역은 인천을 비롯해 부산·진해, 새만금·군산 등 현재 모두 8곳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금 지원제도에 대해 EU는 최근 ‘유해한 조세제도(harmful preferential tax regimes)’라고 판정했어요. EU는 왜 이런 판단을 내렸을까요? 국내외 기업 간에, 또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차별을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국내 기업이 경제자유구역에서 경영 활동을 할 경우 외국 기업과 같은 세제 혜택을 받지는 않아요. EU는 “해외 기업이 세금 회피를 위해 한국의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라고 보고 있어요.

한국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어요. 기획재정부는 “EU의 결정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국제적 합의에도 위배되며 조세 주권 침해 우려도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어요. 이유가 있어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은 한국의 외국인투자 지원제도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봤어요. EU도 이를 따르기로 했어요. 그런데 EU가 느닷없이 딴지를 걸고 나섰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에요. 한국처럼 외국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기업도 많아요. 예컨대 싱가포르는 최대 15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는데 EU는 싱가포르를 문제 삼지는 않았어요.

정부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죠. 그런데 EU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부도 외국인 기업에 대한 세금 면제 제도가 국제사회의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2014년 ‘투자 조세 지원제도에 대한 심층평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썼어요. 기재부가 의뢰했어요. 보고서는 “국제적으로 외국인에게만 주어지는 조세 지원을 부당한 조세 경쟁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있다”라고 밝혔어요. 다른 국가나 국제기구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한 거예요. 그런데 이런 가능성에 정부가 대비하지 않은 것이죠.

더 큰 문제가 있어요.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 관련 세금 감면 실적은 2011년 8199억원에서 2017년 1161억원(추정치) 수준으로 줄었어요. 외국 기업이 한국 정부의 세금 감면 제도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또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마련된 경제자유구역도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올해 상반기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도착 기준)은 2억130만 달러 수준이에요.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4.1%에 불과해요. 경제자유구역 입주 기업 중 90% 이상은 국내 기업이라고 하네요. 경제자유구역이 외국 기업에 외면을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세금을 감면해가면서까지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촉진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장기적으로 제도를 축소·조정해가야 한다”라고 조언했어요.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외화보유액이 3800억 달러를 넘고 외국인 투자도 활발한 데, 60년대부터 시행된 제도를 유지하는 게 맞느냐에 대해 이전부터 검토했다”라고 말했어요.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건 알고 검토도 했는데, 아직 손대지 않았다는 뜻이죠.

뒤늦게 정부는 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어요.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우리의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조세 지원 제도가 세계 기준에 맞는지 점검하고, 맞지 않는 제도가 있다면 세계기준에 맞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정부는 혁신산업을 하는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외국 기업 수준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생각하고 있어요.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일자리도 많이 만든다면 한국 경제에 당연히 좋은 일이죠. 그래서 정부도 외국 기업을 국내에 끌어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이런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도 안되고, 외부 공격의 빌미만 되는 정책이라면 당연히 개선해야겠죠.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면밀한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의 개선 방안을 내놓기를 바랍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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