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향한 도전, 멈출 수 없어" 박명수 우리은행 감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박명수 감독(오른쪽)이 김영옥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 박명수 감독에게 우승 비결을 물으면 늘 같은 대답을 듣게 된다. "체력에서 앞섰다. 선수들에게 고맙다." 박 감독처럼 체력 농구를 신봉하는 감독도 드물다. 2002년 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서 영감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

히딩크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몰라도 우리은행 선수들이 체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틀림없다. 박 감독은 이번에도 "후반 체력전에서 이겼다. 2쿼터 종반 캐칭이 부상으로 벤치로 물러난 것이 전반엔 악재였지만 후반엔 도움이 됐다. 체력을 비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감독이 체력만 갖고 승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위험할 정도로 도박을 즐기고, 믿는 선수에게는 아예 운명까지 맡긴다. 이날도 마찬가지. 박 감독은 "후반 들어 '다음은 없다'고 생각하고 캐칭에게 공격을 지시했다"고 고백했다. 박 감독은 빈틈없는 성격이다. 농구 감독을 하는 동안 하지 않기로 다짐한 일이 두 가지 있다. 운전과 골프다. 운전을 하면 괜히 가고픈 곳이 많을 것이고, 골프를 하면 시간을 많이 빼앗길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빡빡한 성격의 감독이 민감한 여자 선수들과 생활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신기하다. 주변에서는 박 감독이 "묘하게 사람을 끈다"고 한다. 우리은행 선수 가운데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뒤 스스로 팀을 떠나겠다고 말한 선수는 아직 없다.

2쿼터에 캐칭이 파울을 당해 쓰러졌을 때, 박 감독은 만류를 뿌리치고 코트로 걸어 들어갔다. 테크니컬 파울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선수 모두를 '내 선수'라고 생각하는 묘한 리더십이 여자 선수들의 믿음을 사는 것 같다.

벌써 네 번째 우승. 한 감독이 한 팀을 네 번 우승시킨 경우는 이문규(신세계)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지도자로서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루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그러나 박 감독은 눈을 반짝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만족하지 않는다. 여자농구의 역사를 새로 쓰는 심정으로 언제나 성실하게 우승을 향해 도전하겠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