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첫 난관 넘은 안철수 "좌고우면 않고 통합"...분당 원심력은 임계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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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1일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의 첫 번째 산인 ‘당원의 추인’을 넘어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전당원투표 결과 발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전당원투표 결과 발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당 선관위는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전화투표를 실시해 바른정당과 통합 및 안철수 대표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4.6%가 통합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유권자 26만437명 가운데 5만9911명이 참여, 최종 투표율은 23.00%이었다.

안 대표는 투표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통합의 길로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후안무치의 극치”(박지원 의원), “전당원투표 결과는 사실상 안철수 대표 불신임”(천정배 의원) 등 반발이 계속됐다.

안 대표 측은 바른정당과의 교섭창구 역할을 할 의원으로 이언주ㆍ이태규 의원을 정할 실무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바른정당은 지난 21일 오신환 원내대표와 정운천 의원을 교섭창구로 지정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안 대표의 재신임과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에 찬성하는 당원들의 뜻이 확인됐다”며 “당원투표를 계기로 국민의당이 통합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통합 반대파 의원 18명으로 구성된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당규에 명시된 최소 투표율 ‘3분의 1’ 기준에 못 미친 이번 투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대한 반대이자, 안 대표에 대한 명백한 불신임의 표시”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보수야합추진을 저지하고 안 대표를 퇴출시키겠다”고 주장했다.

남은 변수는 통합 문제를 최종 결정지을 전당대회 성사 여부와 분당(分黨) 규모다. 안 대표 측은 일단 1월 말 중 전당대회를 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계획이다. 전당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대표당원 과반 출석이 필요한데, 반통합파에서 조직적인 불참 운동을 전개할 경우 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정당법과 당헌에 전자투표를 할 수 있게 돼 있는만큼 온라인 투표인 케이보팅(K-voting)을 병행해 전당대회 참여율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231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안철수 대표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1231

반면 통합반대파에서는 온라인투표가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당대회 성사되더라도 사회권을 지닌 의장이 반통합파인 이상돈 의원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경환 의원은 “전당대회 의장의 안건 상정 절차, 의결절차 거쳐야 하는데 순조롭게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은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 문제는 누가 당을 나갈지와, 분당 규모다. 유성엽 의원은 “이미 한 배를 타기는 힘들다”며 “앞으로 누가 나가는 지를 놓고 크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도 “당 밖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춥다”고 말하고 있다.

분당 규모는 양측이 시선이 엇갈린다. 안 대표 측은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 의원 등 적극 반대파는 설득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날 안 대표도 “통합의 이유를 열심히 설명해 드렸지만 제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안 대표 측은 통합 시 탈당을 감행할 반통합파 의원을 8~9명 정도라고 보고 있다. 박지원ㆍ정동영ㆍ천정배ㆍ최경환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나머지 반통합파 초ㆍ재선 의원들의 경우 통합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당에 잔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대표도 “당원들의 의사와 통합 정당 지지율 조사 등 국민 여론을 보면 생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안 대표를 비롯해 각종 소통 창구를 모두 열며 설득에 나사고 손학규 상임고문 등이 나서 이들에게 돌아올 명분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반대파는 반통합파만으로 별도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분당 후 신당 창당 로드맵 등에 대한 검토도 들어간 상황이다. 일단 이날 안 대표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 18명이다. 유성엽 의원은 “당직 등을 맡고 있어 이름을 못 올렸지만, 26명 이상의 의원이 우리와 뜻을 함께할 것”이라며 “통합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송기석 의원 등 안 대표 측에 서 있는 의원들 다수도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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