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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영상·토속미 물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영화 『감자』는 지난 2O년대 일제하의 극심한 가난에 못이겨 몸까지 팔아야했던 한여인의 비극적 삶을 리얼하게 묘사한 토속문예물이다.
변장호감독은 원작(김동인의 동명 단편소설)의 비극성에 희극적 에피소드를 덧붙임으로써 드라머적 재미를 추구했다. 그러나 원작의 메시지가 손상되기는커녕 더욱 강조되는 효과를 얻었다.
잔잔한 웃음뒤에 태풍처럼 몰아치는 비극은 관객에게 더욱 비감을 북돋우는 효과를 갖는다.
변감독의 섬세하고 짜임새있는 연출과 서정적인 영상은 두 극성의 이질감을 거뜬히 극복해냈다.
당시의 생활과 풍물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한 경남 양산 보쌈마을의 대형 오픈세트와 소도구가 이 영화의 리얼함을 더해준다.
단돈 80원에 팔려와 게으르고 허황된 늙은 남편과 살아남기위해 몸부림치는 복녀.
우연한 기회에 소금밭 감독에게 몸을 팔고 돈맛을 알게된 복녀는 감자밭 「되놈」에게까지 접근한다.
몸판 돈으로 독립할 꿈에 젖어있던 복녀는 왕서방이 장가가는 날, 미처 몰랐던 애정에 눈뜨며 질투심에 불타 낫을 들고 뛰어든다.
되레 왕서방 손에 죽은 복녀는 남편·왕서방·순사등의 밀약에 의해 병사로 처리된다.
생계의 마지막 수단으로 몸을 팔아 자립을 꿈꾸던 복녀, 과연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질것인가.
복녀역의 강수연과 늙은 남편역의 김인문의 연기가 빛난다. 특히 김인문이 탈춤을 추면서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신은 인상적이다.
가난과 심리적 갈등에 대한 묘사가 충분치못해 전체적으로 깊이가 부족한 아쉬움이 남지만 이 영화가 칸영화제등 국제영화제에 출품된다는데는 하등 망설일 필요가없을 정도로 수준높은 영화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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