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집에 방치됐던 남매의 근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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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쓰레기 더미에 방치된 채 10대 남매 2명이 발견됐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쓰레기 더미에 방치된 채 10대 남매 2명이 발견됐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쓰레기가 가득한 아파트에서 방치된 채 발견됐던 10대 남매 2명과 어머니의 근황이 전해졌다.

당시 19살 오빠와 17살 여동생은 50대 어머니 A씨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거실은 물론 작은 방과 안방 침실, 화장실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쓰레기로 가득했다. 집안에서 수거한 쓰레기만 100L 봉투 200여 개, 무게는 6t에 달했다.

2년 8개월이 흐른 28일 아이들의 어머니는 MBN과의 인터뷰에서 십여 년 전 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 자폐증을 앓던 아들을 혼자 키워오면서 우울증을 겪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게 우울증이었다고 하더라. 무기력도 우울증의 일종인데 지금은 병원 다니면서 많이 좋아졌고 상담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수원 서부경찰서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한 후 아이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임시조치를 신청했었다. 또 자폐증을 앓는 아들은 입원시키고 딸은 지역 아동 보호기관에 보냈다.

하지만 경찰은 A씨 역시 피해자라고 판단해 꾸준한 관심을 뒀고, 그의 건강이 좋아지자 새로운 보금자리도 알아봐 줬다. 또 아이들을 위한 학원 무료 교육과 장학금 지급 등 이웃의 도움도 이어졌다.

A씨는 현재 일을 시작했고, 딸은 수시로 대학에 입학해 두 달 후면 대학생이 된다. 그는 딸을 향해 “자기가 알아서 큰 것 같고, 아픈 오빠 때문에 많이 못 돌봐줬는데 그냥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힘드신 분들은 용기를 내서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다”며 “주저앉지 않았으면 좋겠다. 손을 내밀면 손을 잡아주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다”고 희망을 전달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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