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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천국이 어떤 곳인지 싸우는 동안 지구가 망가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이번 크리스마스 때 독일 우리 집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는 김에 옛날에 오르간 수업을 받은 성당을 방문했다. 내 고향은 8만 명이 사는 소도시인데 옛날부터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 2013년 이후 시리아 난민도 몇 명 들어왔다. 성당도 국제적인 느낌을 준다. 성당 벽에 여러 언어로 쓴 글들이 있다. 나는 독일인이라 역시 독어로 쓴 글에 눈길이 갔다. “우리가 천국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싸우는 동안 우리 지구가 망가지고 있다(Während wir über den Himmel streiten, gehen wir auf Erden zugrunde).”

미사 내내 이 글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종교 간 갈등이다. 올해는 특히 세계 곳곳 많은 사람이 종교 때문에 고통받았다. 트럼프가 7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미국 입국금지를 시도해 많은 무슬림이 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 테러로 많은 사람이 사망했고 예루살렘 논란 때문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악화됐다. 많은 나라에서 무슬림과 유대인·기독교인 등이 심한 차별과 폭력을 겪고 있다.

비정상의 눈 12/28

비정상의 눈 12/28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서도 종교로 인한 선입견과 증오, 의심과 비판을 목격할 수 있었다. 종교 간 소통에 대해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스님이 쓴 책을 절대로 읽지 않겠다”고 한 기독교인 친구가 말했다. “다 거짓말이고 헛소리”라며 “오직 성경만 읽겠다”는 그 친구와는 결국 연락이 끊겼다.

나는 종교마다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차이점은 믿음이지만 공통점은 행동이다. 차이점은 관습이지만 공통점은 바람이다. 종교를 이유로 서로 비판하고 죽이는 행위는 무조건 멈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교육해야 객관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믿음’이라고 강조하는 교육, ‘모든 인간은 신앙의 자유라는 권리가 있다’고 가르치는 교육이 절실하다.

믿음은 우리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는다. 행동이 우리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 뿐이다. ‘아무도 천국에 대한 진실을 모른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믿음은 각자 달라도 행동을 같이한다면 더 평화로운 지구, 더 평화로운 2018년이 될 듯싶다.

다니엘 린데만 독일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