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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제천 방문이 ‘이니 특별전’? 재난을 홈쇼핑처럼 만든 KTV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정책방송원(KTV) 국민방송이 문재인 대통령의 제천시 화재 참사 현장 방문을 ‘이니 특별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홈쇼핑 방송 형식으로 방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니’는 지지자들이 사용하는 문 대통령의 애칭이다.

제품 소개하듯 현장 상황 전달 #야권 “국민 희생마저 쇼에 활용” #KTV, 홈피서 해당 방송분 삭제

KTV는 26일 오후 ‘정책 홈쇼핑 K’라는 프로그램에서 제천시 재난을 다뤘다.

26일 KTV의 제천시 화재 보도 중 ‘이니’(문재인 대통령) 문구가 보인다. [유튜브 캡처]

26일 KTV의 제천시 화재 보도 중 ‘이니’(문재인 대통령) 문구가 보인다. [유튜브 캡처]

프로그램 화면 왼쪽에는 ‘이니 특별전’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제천 화재 눈물의 영결식’ ‘靑 국가위기관리센터 가동中’ ‘화재 발생 약 22시간 만에 문 대통령 화재 현장 방문’ “유가족 욕 들어 드리는 게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 등의 문구를 마치 홈쇼핑에서 상품의 특징을 소개하듯이 나열했다. KTV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방송 채널로 국가의 주요 정책 등을 소개하는 채널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쇼(show)통에 중독되다 보니 국민의 희생마저 쇼에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권성주 바른정당 대변인은 26일 “KTV에서 제천시 참사 희생자의 죽음을 ‘이니 특별전’이라는 ‘정책 홈쇼핑’ 형태로 소개했다”며 “애도와 추도의 분위기 대신 ‘이니’ 띄우기에 혈안이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지율에 취하고 ‘쇼통’에 중독되다 보니 청와대가 이제 국민의 희생마저 쇼에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유가족 입장에서 내 가족의 죽음을 ‘특별전’ 홈쇼핑 형태로 다룬다면 이성을 잃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유가족을 모독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정신 나간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도 촉구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억울한 죽음을 홈쇼핑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쇼통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도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수십여 명이 사망한 사고를 홈쇼핑 형식으로 대통령 치적 홍보로 활용하다니 소름이 끼친다”고 비판했다.

KTV는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방송분을 삭제했다. 하지만 유튜브 등 일부 사이트에서는 ‘제천 참사를 문 대통령 홍보에 이용하는 KTV의 한심한 수준’이라는 제목으로 공유되고 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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