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천 화재, 신고 50분 전부터 천장 내부는 타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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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1일 충북 제천시에서 발생한 복합상가건물 화재는 화재 신고(오후 3시53분) 시점보다 50여 분 전에 천장 내부에서 불이 서서히 번진 뒤 천장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신고 28분 전에 주민과 건물 관계자가 불을 발견하고 진화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사단 “작업 중 생긴 불씨 번져” #신고 28분 전 주민 등이 진화 시도 #건물주 구속, 관리인은 영장 기각

소방합동조사단은 “건물 내부를 둘러본 결과 사고 당일 오후 3시53분 이전에 이미 천장에서 연소가 한창 진행 중이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27일 밝혔다. 조사단은 건물관리인 김모(50)씨가 천장 패널에 붙은 얼음을 녹이는 작업 과정에서 불씨가 생겼고 불씨가 천장 내부를 타고 돌아다니며 스티로폼 등이 녹은 것으로 추정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천장 내부에서 50분간 돌아다니던 불씨가 어느 순간 인화성이 강한 물질이나 다량의 산소와 만나 순간적으로 폭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책본부는 최초 신고가 되기 28분 전에 화재가 난 것을 본 목격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1일 오후 3시25분쯤 목욕하고 나오던 주민 A씨가 1층 주차장에서 매캐한 냄새가 나서 확인해 보니 이미 불이 났고 연기도 발생했다는 증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소화기를 찾아 진화를 시도했지만 소화기가 비어 있어 진화에 실패했고 이후 건물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과 소화기로 함께 불을 껐다”며 “이때까지 건물 관계자들이 119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책본부는 “빈소를 찾았던 A씨가 유족들에게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알려졌고 내용을 녹음했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의 현장 조사에서는 건물 상층부(4~6층)에 설치된 배연창이 작동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단 관계자는 “배연창은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를 외부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며 “배연창이 열리지 않으면서 연기가 다시 내려와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엘리베이터 옆에 설치된 EPS(Electrical Piping Shaft)실 층간 방화벽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한편 이날 청주지법 제천지원 김태현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건물주 이모(53)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건물관리인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제천=신진호·최종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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