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선생님들이 변화에 가장 저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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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이날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은 빨리 안 돼서 답답하지만 1~2년 지나면서 대학이 변하는 것을 챙겨보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선진국과 경쟁이 안 되고 있는 영역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며 "세계 최고 수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서비스를 개방해 경쟁 속에서 결국 역량을 향상시켜 나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선생님'들을 변화의 저항세력으로 지칭한 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청와대 측은 공식적인 배경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발언의 배경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추진을 올해의 역점과제로 천명한 노 대통령의 강력한 '교육개방'의지가 깔려 있다고 한 핵심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청와대 대외경제위원회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국내 이해단체의 저항으로 (한.미 FTA 협상이) 못 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며 "대학교육은 민족 정체성 교육이 아니라 경쟁으로 나아가야 할 분야"라고 '교육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신년 연설에서도 그는 "일자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교육분야를 개방하고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미 "교육은 산업"이라고도 했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대학교육개방 특위'를 추진하며 외국대학의 국내 진출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현재는 제주 특별자치도와 인천 송도, 광양, 부산.진해 등 특구로 지정된 곳에서만 외국대학의 설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교육 분야의 전면 개방을 앞두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교원집단의 반발을 방지하려는 여론조성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는 이미 교원평가제 도입을 놓고도 전교조와 교총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애를 먹었다.

여권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해찬 교육부 장관(현 총리)이 교원 정년단축을 추진하다 2000년 4월 총선에서 교원 표의 이반으로 곤욕을 치른 전례를 의식한 것이다.

카이로=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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