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엔 뇌물용···北 입대 필수 준비물로 등장한 '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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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도 군입대 필수 준비물로 등장한 자외선 차단제

최근 PX로 불리는 군부대 마트나 훈련소 주변의 편의점 등에서 인기를 끄는 제품 중 하나가 선블록이라고 불리는 자외선 차단 크림이다. 이렇다 보니 화장품 제조사들은 남성 전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군인 위장용 기능성 색조화장품도 나오고 있고, 입대 장정의 부모님이나 여자친구들은 이 화장품을 챙겨주는 경우가 많다. 소위 입대 필수품인 셈이다.

지난 여름부터 군 간부 상납, 본인 사용위해 구매 늘어

신의주화장품 공장에서 생산한 '봄향기' 브랜드의 기능성 화장품. 정용수 기자

신의주화장품 공장에서 생산한 '봄향기' 브랜드의 기능성 화장품. 정용수 기자

이런 분위기가 북한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6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햇빛차단 크림(자외선 차단제)은 피부가 검게 그을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효과 때문에 올해 여름부터 남자 대학생들 속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그 효과가 알려지면서 지금은 나이 있는 간부들도 사용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군사복무를 하는 자식들 면회를 가는 부모들이 지휘관들에게 줄 뇌물로 일본산 햇빛차단 크림을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탈북자는 “지난여름부터 새로 입대하는 사람이나 휴가 나왔던 사람들이 챙겨가는 물품 중에 자외선 차단 크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제가 고위 군 간부들에겐 뇌물용으로 쓰이고, 일반 병사들도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자외선 차단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장마당에선 한국산이나 일본산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일본산 제품의 경우 40g짜리가 150위안(약 2만5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21~23일 평양에서 열린 제5차 세포위원장 대회 참가자들에게 북한 당국이 운동복과 오리털 동복, 은하수 화장품 세트를 선물로 제공했는데, 참가자들은 별도로 평양에서 자외선차단 크림을 선물용으로 대거 구매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참가자들이 너도나도 평양에서 구입한 제품은 주로 ‘미래’, ‘봄향기’ 상표의 햇빛방지 크림”이라며 “은하수를 비롯해 다른 상표들도 햇빛방지 크림을 내놓고 있지만 제일 알아주는 것이 중국과 합영으로 생산하는 ‘미래’와 ‘봄향기’의 햇빛방지 크림”이라고 전했다.

미래는 북·중 합영회사인 묘향천호합작회사에서 만들고 있으며, 봄향기는신의주 화장품공장, 그리고 은하수는 최근 현대화 공사를 마친 평양 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브랜드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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