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535억원 후원금으로...차 사고, 고급식당 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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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자료사진.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 자료사진. [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으로 고급 식당에서 100만원이 넘게 식사를 하고, 개인 차 구매에까지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JTBC는 전날 국회의원 300명의 지난해 후원금 활용 내역을 바탕으로 이같이 전했다. '간담회'를 이유로 지출한 식사 비용의 경우 이를 증빙할 수 있는 관련 자료가 있어야 하지만, 자료가 없는 고급 식당 지출 내역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윤상현·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의도의 한 고급 일식집에 자주 간 것으로 돼 있다. 윤 의원의 경우 작년 7월 이 식당에서 한 끼 식사로 144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밖에 후원금을 고급 일식집과 유명 호텔, 한정식집 등 고가의 식당에서 사용하고 이를 '간담회' 비용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윤 의원이 작년 총선 이후 7개월 동안 쓴 간담회 비용은 1500여만원이다.

그러나 간담회가 정당한 '정치활동'임을 알려주는 참석 대상자, 행사 내용, 영수증 등 자료는 없었다. 이에 윤 의원 측은 "선관위에 관련 자료를 낸 것으로 안다"고만 해명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식대' 명목으로만 적고 후원금 108만원을 지출했다. 이밖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정책개발간담회 목적으로 여의도의 한 고급 중식당에서 한 끼로 166만 원을 냈고, 심재철 국회부의장도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찬비 명목으로 78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개인 차량을 사는 데도 후원금을 쓴다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의원들은 주로 차량을 리스하고 리스 비용을 후원금으로 내는데, 일부 의원들은 후원금으로 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다. 정치활동을 위한 차량 이용이 아니라 후원금으로 개인 차량을 구입한 게 되는 셈이다.

선관위는 만약 후원금으로 개인 차량을 구입한 경우 다음 총선에서 낙선하면, 중고차 가격을 내고 차량을 인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낸 바 있다.

국회의원 300명이 지난해 국민으로부터 모금한 후원금은 535억원에 이른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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