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전립샘암 걸린 형제 있으면 40세부터 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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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립샘암은 한국 남성에게서 다섯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보건복지부가 21일 발표한 국가암정보통계에 따르면 2015년 신규 암 환자는 전년에 비해 줄었지만 전립샘암은 3.5%(341명) 늘었다. 전립샘암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증가한다. 나이·가족력·식습관 같은 여러 원인이 상호작용해 암이 생긴다.

전립샘암 이기는 7가지 수칙 #다른 암은 주는데 계속 증가 #건포도 같은 말린 과일 먹고 #탈모약 먹으면 대장검사를

전립샘암에 걸려도 자각(自覺) 증상이 없다. 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습관·질병을 관리해야 암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전문가에게 ‘전립샘암 예방 7가지 수칙’을 들어본다.

① 고혈압·당뇨 철저히 관리

당뇨병·고혈압은 전립샘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2006~2015년 건강보험공단 암 등록 환자를 분석했다. 당뇨병이 있으면 전립샘암 발생률이 1.3배,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1.4배, 고혈압이 있으면 1.5배였다. 이상지질혈증은 고지혈증·고콜레스테롤혈증·고중성지방혈증 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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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고지혈증·고혈압을 앓고 있는 이모(62·서울 강서구)씨는 지난달 동네 병원에서 처음으로 혈중 PSA(전립샘암 특이항원) 검사를 받았다. 전립샘암을 진단할 수 있는 피검사다. 검사 결과 PSA 수치(4 ng/mL 미만이 정상)에 이상이 있어 조직검사를 해 보니 전립샘암 3기였다. 국립암센터 정재영 교수는 “육류 섭취를 줄이는 등 생활습관을 고치고 정기 검진을 일찍 받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② 적정 체중 유지가 중요

복부 둘레가 90㎝ 이상인 복부비만이면 전립샘암 발생 위험이 1.3배 높아진다. 전립샘암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연령대인 50대 이상 남성 3명 중 1명이 복부 비만이다.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일주일에 5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근력·유산소 운동을 다양하게 실천할 것을 권한다.

③ 토마토·두부 챙겨 먹기

전립샘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식품은 토마토와 콩이다. 토마토에는 항산화 물질인 리코펜이 풍부한데 이 성분이 암을 예방한다. 토마토를 볶거나 익혀 먹으면 영양소가 더 풍부해진다. 강낭콩·완두콩과 두부 등 콩류 식품, 건포도 같은 마른 과일을 먹으면 전립샘암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타민A·E, 녹차·인삼 추출물 등은 전립샘암 예방과는 별 관련이 없다.

④ 삼겹살 대신 살코기

동물성 지방이 많은 육류를 과하게 먹으면 전립샘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 남성호르몬이 많이 만들어져 전립샘암을 유발하기 쉽다. 고기를 먹을 땐 살코기 위주로 먹고 과식하지 않는 게 좋다. 전립샘암은 동양인의 발생률이 낮고 미국·캐나다 등에서 가장 높다. 인종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식생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여러 조사에서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전립샘암 발생률이 미국인보다는 낮지만 일본 본토 사람보다는 훨씬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미국 거주 일본인이 육류를 더 많이 먹기 때문이다.

⑤ 50세 넘으면 매년 검진

나이는 전립샘암 발생과 관련이 깊다. 40세 이하 남성에게는 전립샘암이 드물지만 50세 이상에서 급격히 늘어난다. 특히 60세 이후 많이 발생한다. 50세부터 정기 검진을 권한다.

혈액검사로 알 수 있는 PSA 검사, 직장수지 검사를 다 받는 게 좋다. PSA 수치가 4를 초과해 올라갈수록 전립샘암 위험이 커진다. 다만 전립샘비대증·전립샘염 등 다른 질환 때문에 수치가 높을 수도 있고, 전립샘암 환자 4명 중 1명은 PSA가 정상인 경우가 있어 직장수지 검사를 함께 받는 게 좋다. 비뇨기과 전문의가 직장으로 손가락을 넣어 전립샘 크기, 딱딱한 정도, 주변 조직과의 관계를 확인한다.

⑥ 가족력 있으면 40세에 검진

전립샘암의 약 9%는 가족력이 있다. 형이나 동생이 전립샘암 환자면 전립샘암 발생 위험이 3배 정도 높다. 일란성 쌍둥이는 4배 이상이다. 집안에 전립샘암 환자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커진다. 가족·친척 중 전립샘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40세부터 정기 검진을 받을 것을 권한다.

⑦ 호르몬·탈모 치료 신중해야

호르몬 관련 약물을 사용할 땐 주의해야 한다. 남성호르몬제 치료와 암의 상관관계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숨은 암 덩어리를 키울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또 탈모 치료제는 PSA 수치를 낮춘다. 지표를 헷갈리게 해 질병 인지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전립샘암 고위험군이 탈모 치료를 받을 땐 직장수지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전립샘암 환자

1만212명 발생(2015)
1745명 사망(2016)

고위험군

① 50대 이상 또는 가족력 있는 40대
②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남성
③ 이상지질혈증으로 콜레스테롤 수치 비정상
④ 복부둘레 90㎝ 이상인 복부비만
[자료: 통계청, 대한비뇨기종양학회]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도움말=서울대병원 오승준 비뇨기과 교수 국립암센터 정재영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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