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타협 직전 노조원 만난 文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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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우연의 일치일까, 계산된 정치적 화법일까.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이 이르면 26일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사 측과 비정규직 노조가 1만여명의 비정규직 중 약 3000명을 경쟁 채용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성탄절을 맞아 천주교와 개신교가 공동으로 주최한 연합 성탄음악회에 참석했을 때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원을 만난 것도 주목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문 대통령 부부가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과 함께 참석자들과 사전 환담을 하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그 중에는 문 대통령이 서울지역 건강가정ㆍ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근무 중인 베트남 출신 결혼 이주 여성의 자녀와 인사하고 있는 모습도 있었고, 그 사진 속에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환경지회장인 오순옥씨가 바로 옆에 서서 있는 모습도 담겼다. 오씨는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정일영 사장 등을 비롯한 경영진과 노조 집행부가 만날 때 노조 측 대표단으로 참여해온 인사다. 문 대통령이 오씨와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연합 성탄음악회에 참석해 관객들과 미리 인사를 나누는 모습. 문 대통령의 바로 옆에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조원(오른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연합 성탄음악회에 참석해 관객들과 미리 인사를 나누는 모습. 문 대통령의 바로 옆에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조원(오른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도 사진에 담겼다. [청와대 페이스북]

앞서 지난 5월 12일 문 대통령은 ‘찾아가는 대통령’의 첫 번째 방문지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정일영 사장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원칙에 따라 금년 내 인천공항공사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포함한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며 “다른 공공기관 및 민간으로까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놓고 기존 정규직 노조가 ‘공개 경쟁’ 없는 정규직화에 반발하는 등 혼선을 겪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 집행부가 사실상 ‘불신임’ 되는 일도 겪었다.

그동안 야권에선 “무리한 정규직화 추진”이라며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병행하지 않는 정규직화는 일자리 시장의 동맥경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정인화 국민의당 의원)는 비판을 했고, 언론에선 “인천공항공사의 연내 정규직화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음악회에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원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미리 알리고, 문 대통령과 같은 자리에 있는 사진도 공개되면서 “인천공항공사 경영진을 향한 무언의 메세지가 아니었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오씨가 음악회에 참석한 배경이 비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사회적 약자여서 초대된 것”이라며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오씨를 음악회에 초대한 주체와 관련해 “청와대가 아니다. 행사 주최 측에서 초대했다”고 밝혔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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