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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KB 이선규는 왜 이기고도 눈물 보였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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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주장 이선규(오른쪽). [사진 한국배구연맹]

KB손해보험 주장 이선규(오른쪽). [사진 한국배구연맹]

2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KB손해보험과 현대캐피탈의 경기. 팀 승리 뒤 수훈선수로 선정된 KB손해보험 이선규(36)는 방송 인터뷰 중 눈물을 글썽였다. 기쁜 날, 이선규의 눈가는 왜 촉촉해졌을까.

KB손해보험은 이날 경기 전까지 3연패에 빠졌다. 시즌 초반 강서브를 무기로 선두를 다퉜지만 조금씩 순위가 내려왔다. 안 풀리던 KB손해보험에 결정타를 가한 건 19일 한국전력전에서 나온 오심이었다. 1-1로 맞선 3세트 20-20에서 한국전력 이재목이 캐치볼 범실을 했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양준식의 네트 터치가 인정돼 한국전력의 득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양준식이 네트를 건드리기 전에 이재목의 반칙이 빨랐다. 완벽한 오판이었다. 결국 KB손보는 이 세트를 27-29로 내주면서 경기까지 패했다. 순위도 5위까지 떨어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KB손보에 사과하고, 심판과 감독관에게 무기한 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승패는 되돌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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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악물고 나선 KB손보 선수들은 이날 경기 초반 2위 현대캐피탈을 압도했다. 알렉스의 강력한 서브가 연이어 터져 1,2세트를 쉽게 가져갔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3세트 시작과 동시에 자신들의 리듬을 되찾았다. 안드레아스가 안정을 되찾고, 문성민과 신영석의 공격이 불을 뿜으면서 3,4세트를 따냈다.

마지막 5세트는 접전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팽팽했다. KB손해보험이 6-3으로 먼저 앞서갔지만 현대캐피탈이 문성민의 서브를 앞세워 단숨에 8-6으로 뒤집었다. 하지만 KB손해보험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7-11에서 11-11 동점을 만들더니 결국 듀스 접전 끝에 황택의의 서브득점으로 16-14로 이겼다. 세트 스코어 3-2로 이긴 KB손보는 승률 5할(9승9패·승점 25)을 회복하며 한숨을 돌렸다. KB손보 선수들은 모두 코트로 쏟아져나와 승리를 만끽했다.

2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3-2로 승리한 뒤 환호하는 KB손해보험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22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3-2로 승리한 뒤 환호하는 KB손해보험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주장 이선규의 마음고생도 적잖았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를 거친 이선규는 KB손보 선수 중 우승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했다. 후배들이 '우승을 하면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선규도 KB손보에 온 뒤에는 우승은 커녕 포스트시즌을 밟지 못했다. 하지만 권순찬 감독이 부임한 올시즌엔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봄 배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오심 쇼크를 맞은 것이다. 이선규는 KBS N과 방송 인터뷰 도중 "우리 선수들이 큰 일을 해낸 것 같다. 한 경기 승리 이상"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선규는 "진작에 연패를 탈출했어야 했는데… 약간 글썽였다. 참으려고 했는데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 경기에 그런 일 뒤 KB 팬뿐만 아니라 많은 배구팬이 힘을 보태주셨다. 거기에 보답하고 싶었다. 너무 극적으로 이겨서 감정이 그랬다"고 털어놨다. 이선규는 "선수들끼리 말을 아꼈다. 서로 그 일에 대해 더 얘기하지 말자고 했다. 무엇보다 팬들이 저희가 화난 것만큼 항의해주셔서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선규는 "많이 부족하지만 발전하고 있다. 선수단 마음가짐이 달라진 만큼 포스트시즌에 꼭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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