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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정운 포함…’ 검찰, 암호화폐 사기업체 임직원 무더기 기소

중앙일보

입력

마이닝맥스가 투자자에게 판매한 이더리움 채굴기. [사진 인천지검]

마이닝맥스가 투자자에게 판매한 이더리움 채굴기. [사진 인천지검]

2000억원대 암호화폐 다단계 사기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굴기 운영 대행업체 임직원과 최상위 투자자를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기소된 이들 중에는 ‘오늘 같은 밤이면’ 등의 노래를 부른 가수 박정운(55)도 포함됐다.

20일 인천지검 외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채굴기 운영 대행 미국업체 ‘마이닝맥스’의 계열사 임직원 7명과 최상위 투자자 11명을 구속기소 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마이닝맥스의 홍보담당 계열사 대표이사인 박 씨 등 3명도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고, 달아난 최상위 투자자 4명을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암호화폐 이더리룸을 생산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많은 수익금을 암호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1만8000여 명의 투자자로부터 270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암호화폐다. 얻기 위해서는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야 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GPU(그래픽처리장치)로 구성된 채굴기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고가의 장비이기 때문에 마이닝맥스는 다단계 형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았고, 하위 투자자를 유치한 상위 투자자에게 추천수당과 채굴수당을 줬다.

범행 조직도. [사진 인천지검]

범행 조직도. [사진 인천지검]

투자자들은 구매한 채굴기 수에 따라 ‘일반투자자’부터 ‘1~5스타’, ‘명예졸업자’까지 모두 7개 등급이 매겨졌다. 이날 기소된 이들은 ‘4스타’와 ‘5스타’로 피라미드의 꼭짓점에 있는 최상위급 투자자들이다.

최상위 투자자들은 1년간 1인당 최소 1억원에서 최대 40억원의 수당을 챙겼다. 수당과 별도로 실적 우수자는 벤츠 등 외제차 등도 받았다.

마이닝맥스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2700억원 중 750억원만 채굴기에 쓰고, 나머지는 계열사 설립자금이나 최상위 투자자에게 수당으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의 홍보대행 회사의 대표를 맡은 가수 박 씨는 올해 8~10월 8차례 회사 자금 4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았다.

마이닝맥스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중국 등 전 세계 54개국에서 유사한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올해 6월 미국 하와이와 11월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대규모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검찰은 나라별 피해자 수가 한국 14000여명, 미국 2600여명, 중국 600여명, 일본 700여명 등으로 각각 추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범들이 해외에서 현재까지도 계속 범행을 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며 “도주자들을 계속 쫓는 한편 범행 가담자들을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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