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체공휴일 확대'...이번엔 제대로 될까, 중소기업 '울상'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대체공휴일 확대, 근로자 휴가지원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경제계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중기 "대체인력 구하기 어려워 불가능" #대기업 "쉬는 날 늘리려면 근무 집중도 높여야" #일부선 "왜 휴가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나" 지적

 19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전날 정부의 ‘관광진흥 기본계획’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근로자의 쉴 권리를 보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장 왼쪽)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대체공휴일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관광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이낙연 국무총리(가장 왼쪽)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대체공휴일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관광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회의적인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가장 큰 문제는 ‘쉬는 날의 양극화’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내년에 당장 최저임금이 16.4% 오르고, 근로시간이 단축되는데 대체공휴일을 확대한다고 과연 현장에서 그게 지켜질지 의문”이라며 “대기업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한 사람이 쉬면 대체 인력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열흘간의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인천공항 출국장의 여행객들이 여행준비를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지난 10월 열흘간의 추석 황금연휴를 맞아 인천공항 출국장의 여행객들이 여행준비를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실제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5월6일 임시공휴일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 35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불참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63%였다. 기업의 절반 이상은 '하루만 쉬어도 생산량과 매출액에 타격이 있다'고 답했다. 대기업이 납품기일을 사전에 조율해 주는 등 실질적인 대책 없이는 공휴일을 챙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휴가를 안 쓰면 돈으로 나오는데 휴가 가면 당장 임금이 줄어든다”며 “휴일은 쓰는 게 아니라 돈”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대체휴일을 늘리기 전에 근무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해운업계 임원 B씨는 “여전히 업무시간에 다른 일을 해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많다”며 “휴일 확대와 더불어 근무 몰입도를 높이고 근무의 질을 향상시키는 노력과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기업과 정부가 25%씩 근로자 휴가비의 50%를 지원하는 ‘근로자 휴가지원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내 제조 대기업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분도 국고에서 지원한다는데 모든 근로자가 함께 누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세금으로 휴가비까지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원은 한계가 있는데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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