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과음 예방이 복지부 장관 업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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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전국 400여 명의 대학 총학장에게 e-메일을 보냈다. 올해 대학 신입생들에게 과음 자제를 당부하라는 내용이다. 유 장관은 총학장들에게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편지를 널리 전파해 달라"고 부탁했다.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과음.폭음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로 어렵게 대학에 들어간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반복됩니다. 저 역시 대학시절 선배들이 돌리는 막걸리 사발을 억지로 마시다 며칠 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러면서 저도 선배가 됐을 때 신입생 후배들에게 사발주를 돌렸습니다. 음주 역시 자기 책임 아래 하는 일입니다. 원치 않는 술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자기 결정권입니다."

유 장관의 편지는 시종 부드러운 문장으로 돼 있고 아버지나 큰 형님처럼 대학생들을 다독이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당초에는 총학장들에게 협조 공문을 보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너무 딱딱하다는 지적에 따라 e-메일로 바꿨다. 복지부는 유 장관의 편지를 복지부 사이트에도 올려놓았다.

하지만 유 장관이 총학장들에게 협조 e-메일을 보낸 것이 잘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대학이 스스로 대학 내 음주문화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독려하는 게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의 한 관계자는 "장관의 편지가 옳은 내용이지만 이런 문제는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정말 하고 싶으면 교육인적자원부를 통해 요청하는 게 바람직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의 편지에 대해 네티즌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날 각 포털사이트에는 "오랜만에 유 장관이 옳은 소리를 했다. 절주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격려성 글도 있었다. 반면 "학생들한테 음주 얘기를 하는 게 한나라당 들으라고 하는 것 아닌가"는 비판도 나왔다.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의 음주 성추행 사건과 연결지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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