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잇따른 새마을금고 35년만에 대수술… 이사장 직선제·감독위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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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광주광역시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하고 새마을금고 운영자금 일부를 자신의 변호사 선임비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 새마을금고중앙회]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 새마을금고중앙회]

당시 재판부는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와 관련한 금품제공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금고를 이용하는 회원들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하는 것으로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관리·감독체계 대폭 개선… 개정 새마을금고법 19일 국무회의 통과 #감사위원회 권한 강화 이사회와 지위 동등… 외부 전문가 채우도록

이달 초 울산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 선출을 앞두고 회원간 갈등이 불거졌다. 직선제를 유지하자는 회원과 간접선거로 전환하자는 회원간 의견이 충돌해서다. 직선제 유지를 요구한 회원들은 “선거문화를 30년 전으로 역행하는 것은 조합원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의 부정과 방만한 경영 등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새마을금고가 반세기 만에 혁신된다. 내부 감독을 강화하고 선거제도를 개편, 건전한 지역 기반 서민금융조합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새마을금고 법률 개정 내용. [사진 행정안전부]

새마을금고 법률 개정 내용. [사진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는 1963년 새마을금고 태동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유지되던 낡은 내부 관리·감독 체계를 대폭 개선한다고 18일 밝혔다. 1982년 제정된 새마을금고법을 대폭 개정,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했다. 19일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률 개정에 따라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내부 통제체계와 지역 금고에 대한 감독 기능이 대폭 바뀌게 된다. 감사위원회 위원 선출이 이사회에서 총회로 변경된다. 이사회나 회장으로부터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감사위원회 위원들은 이사회 이사 가운데 선출됐다. 이 때문에 집행부(회장·중앙회)에 대한 내부통제가 무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중앙회 임직원의 과다한 임금 인상과 무모한 투자 등 방만한 경영도 견제가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새마을금고 법률 개정 내용. [사진 행정안전부]

새마을금고 법률 개정 내용. [사진 행정안전부]

행안부는 감사위원회 지위를 이사회와 대등하게 하고 위원(임기 3년) 선출도 인사추천위원회를 거쳐 총회에서 결정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위원 수도 3인에서 5인을 늘리고 과반수를 외부 전문가로 채우도록 했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신설되는 금고감독위원회는 금융·회계·감독분야 전문가 5명을 감독위원으로 두게 된다. 금고감독위는 단위 금고에 대한 감독·검사를 맡고 기존 지도감독 이사와 13개 지역본부에 소속된 감사조직도 위원회 산하로 편입하기로 했다.

선거 제도도 대폭 강화된다. 중앙회 회장과 단위 금고 이사장의 직선제를 도입하게 된다. 현재 일부 새마을금고는 이사장의 장기 재직 소수 대의원만 배려하는 선심경영 등의 문제로 갈등이 적지 않다. 전국 새마을금고 가운데는 15%만이 총회에서 직선제로 이사장을 뽑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 새마을금고중앙회]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 새마을금고중앙회]

당선자 결정방식은 과반수 득표자로 선출하던 기존 총회·대의원제가 직선제가 되면서 최다 득표자로 바뀌게 된다. 단위 금고 선관위원이 이사회에서 선출되면서 선거가 현직 이사장에게 유리하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의 외부인사(2인) 위촉을 의무화하고 공명선거감시단을 법적 기구로 격상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내년 7월까지 대통령령 등을 정해 선거관리위원회와 공명선거감시단의 구성·운영·직무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새마을금고법 개정으로 중앙회와 단위 금고의 내부 통제기능이 정상화되고 경영 건전성 문제도 개선될 것”이라며 ““새마을금고가 지역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건전한 서민금융조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n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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