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기술분야 동업자 고르는 10가지 체크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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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기술분야 동업자를 구하는 요령. [사진 Freepik]

기술분야 동업자를 구하는 요령. [사진 Freepik]

역할에 따라 동업자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제품개발을 담당할 기술분야와 마케팅·인사·재무 등을 담당할 경영분야로 나눌 수 있다. 좋은 기술자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상당히 큰 편이며, 경영분야와 비교할 때 기술자가 보유한 개발 역량을 가늠하기가 쉽다. 기술자가 창업의 의지를 보이는 순간 동업 제안을 받는 경우가 많아 기술분야 동업자는 늘 구인난이다.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1) #기술동업자의 필수 조건은 다양한 직접 경험여부 #프리랜서 계약 맺고 함께 프로젝트 해보는 게 대안

물론 창업주가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창업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될수록 기술을 보유하는 것뿐 아니라 개발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문제가 생겨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작업이 가장 중요한지 파악했다고 하자. 빠르고 쉬운 저비용의 기술 개발 여부가 관건인데, 이는 기술분야 동업자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호의 동업자에게 요구되는 조건에 이어 이번에는 기술분야 동업자를 구하는 요령을 알아보고자 한다.

직접 경험은 필수 조건

기술분야 동업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필수조건은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있느냐다. [사진 Freepik]

기술분야 동업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필수조건은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있느냐다. [사진 Freepik]

기술분야 동업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필수적 조건은 본인이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느냐다. 여러 가지를 만든 경험이 있을수록 다양한 개발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상황 분석력이 높다. 또 열정과 애정을 가진 개발 분야가 무엇인지도 알아봐야 한다. 모든 창업의 과정은 인내를 요구하는 길고 고단한 과정의 연속이다. 이를 슬기롭고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애정과 열정을 창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기술분야 동업자에게도 이는 꼭 필요하다. 동업 후보자가 과거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면서 기쁜 마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했던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앞으로 할 일과 일치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고통스러운 마라톤을 뛰는 내내 즐거워하는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마라톤 출발선에서부터 “돈 되니까 한다고는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것을 해야 하냐”며 불평하는 사람과 함께 뛸 수는 없다.

많은 경우 개발 업무는 경영지원 파트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성공적인 고객 유치와 관리를 위해 어떤 기술을 기반으로 어떤 기능의 제품을 개발해야 할까? 고객의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공해야 할 서비스는 무엇이며, 가장 적절한 개발 방식은 무엇인가? 개발과정의 의사결정은 경영 업무와의 밀접한 협력과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를 간과하고 개발만을 위한 개발에 몰두하려는 동업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기술자는 추후 회사가 적정 수준 이상의 사업 구조를 달성했을 때, 동업이 아닌 고용 형태로 동참시켜도 늦지 않다. 사업은 기술과 경영이 반반씩 합쳐진 ‘아수라 백작’이다.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없다. 이를 잘 이해하는 개발자라야 동업 자격이 있다.

사업은 기술과 경영이 반반씩 합쳐진 '아수라 백작'이다. [출처 나무위키]

사업은 기술과 경영이 반반씩 합쳐진 '아수라 백작'이다. [출처 나무위키]

제빵 기술자라면 특별히 반죽 기술이 뛰어난가, 애플리케이션의 속도 향상을 위한 PHP 언어에 정통한가, 패션의류 디자이너라는데, 그렇다면 염료기술 전문가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기술분야 동업자의 전문 분야는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경쟁력을 결정한다. 똑같은 유체역학 전문가라도 항공분야 문제 해결 능력과 자동차 분야 문제 해결 능력은 다를 수 있다.

비트코인 서비스의 기반 기술은 블록체인이다. 결제서비스의 핵심 기술은 FDS(이상감지시스템) 기술이다. 자율주행서비스 개발을 하려면 가사도우미 서비스 개발경험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관련 분야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는 동업자가 그렇지 않은 동업자보다는 훨씬 낫다.

성실·신뢰성은 레퍼런스 체크를

개발 일정 준수 역량은 첫째로 상대방의 성실함과 신뢰성을 말해 준다. 이를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으로 실제 수행한 과거 프로젝트의 개발 일정과 준수 현황을 상대방으로부터 확인한 후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고객이나 동료들에게 레퍼런스 체크를 해 보는 것이다. 둘째로 개발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의 보유 여부이다.

일정을 준수한다며 반드시 들어가야 할 기능을 생략한다든가, 추가하지 않아도 될 기능을 욕심을 부려 억지로 집어넣는 동업자는 곤란하다. ‘Build right things first, then build things right’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정을 못 맞추는 이유 중 상당수가 직업윤리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효율적 개발 능력이 모자란 데서 나온다. 경영분야 동업자의 지나친 요구에 기술분야 동업자는 일정 준수를 위해 단호하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경영분야 동업자의 지나친 요구에 단호하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사진 Freepik]

경영분야 동업자의 지나친 요구에 단호하게 'NO'라고 말해야 한다. [사진 Freepik]

책상 정리가 시작부터 잘못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역량을 기술분야 동업자가 갖고 있으면 좋다. 1) 개발 방법론 적용 역량 (비록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이긴 하나 4차산업혁명 시대에 범용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법론이라 생각하기에 소개한다), 2) 극도로 제한적인 시간과 자원이라는 스타트업의 한계 때문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신규 인력 교육용 개발업무 매뉴얼 작성 역량, 3) 향후 제품 로드맵 제시 역량 등이다.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돈 내고 사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이 고객 요구와 불만 사항이다. 스타트업의 제한적 자원으로는 고객의 요구와 불만을 해결하기가 역부족일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어떤 기능을 우선으로 개선해야 유료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쉽고 빠른 저비용 구조의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고객의 요구와 불만에 응대하는데 가장 중요한 소양은 경청이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청은 겸손의 결과물이다.

교만한 동업자는 안 돼

경영분야 동업자 및 기술분야 동업자도 교만한 사람은 절대 안된다. [사진 Freepik]

경영분야 동업자 및 기술분야 동업자도 교만한 사람은 절대 안된다. [사진 Freepik]

사업은 혼자 해낼 수 없다. 이는 기술분야 동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든 일을 혼자 다 할 수 없기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보완해야 한다. 채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교만한 사람은 절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약점을 인정하지 않기에 무엇이 부족한지 모른다. 당연히 부족한 점을 채울 수도 없다.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모시고 와야 하는 일은 다반사로 발생한다. 교만한 사람은 절대 그 꼴을 보지 못한다. 발전과 성장은 부족한 점을 채우며 이루어진다. 경영분야 동업자에게도 필요한 소양이 기술분야 동업자에게도 동일하게 필요하다.

역량을 다 갖춘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상황에서 창업하는지 알면, 경거망동하지 않으며 지나친 욕심도 자제할 수 있다. 웬만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창업 동업자로 삼는 것이 힘들어진 스타트업 현실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조건을 갖춘 기술분야 동업자를 만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결국 본인 스스로가 반기술자가 되는 건지도 모른다.

창업자가 반기술자가 되길 원하지 않으면서 섣불리 동업 기술자를 구하려다 잘 안되니까 선택하는 것이 프랜차이즈 창업이다. 몇 번의 인터뷰로는 파악하기 힘든 조건이니만큼 이전에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없는 상대라면 프리랜서 형태의 계약을 통해 함께 프로젝트를 해볼 것을 권한다. 아웃소싱이나 하청을 주는 형태는 권하지 않는다.

김진상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jkim@ampluspartners.com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www.joongang.co.kr/Digitalspecial/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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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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