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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잠실 재건축 단지, 초과이익환수제 대거 피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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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중앙포토]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 [중앙포토]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오는 25일 관리처분계획(일반분양계획) 수립을 위한 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김규식 조합장은 "총회 다음날인 26일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일정이 빡빡하지만, 올해 안에 접수하는 데에는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포주공1단지·신반포14차·한신4지구 등 #12월 관리처분총회·신청 단지 줄줄이 #내년 1월 2일까지 관리처분 신청해야 #환수제 피한다고 투자 수요 붙진 않을 듯 #원칙적으로 입주 때까지 사고팔 수 없어 #"무리한 속도로 조합원 간 법적 다툼 우려도"

서울 반포·잠실 등 강남권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초과이익환수제(이하 환수제)를 대거 피할 전망이다. 환수제 부활을 보름 앞둔 가운데, 관리처분 신청을 하거나 총회를 여는 곳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재건축 사업은 '추진위원회 구성→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 순으로 진행된다. 내년 1월 2일까지 관리처분계획을 관할 구청에 제출하지 못하면 환수제 적용을 받아 개발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환수제 적용을 연기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폐기돼 예정대로 시행된다.

원래 시한은 이달 31일이었지만 그 날이 일요일이라 휴일이 끝나는 날까지로 밀렸다. 이 때문에 그 전에 '승부'를 보기 위해 사업 진행을 서두르는 조합이 많은 것이다.

서초구 반포·잠원동에서 두드러진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와 신반포13차, 15차가 최근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며 환수제 적용을 피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2주 사이에 평소보다 많은 3건의 신청서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신반포14차(23일)와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6일), 한신4지구(28일) 등도 줄줄이 관리처분 총회를 열 계획이다.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안이 의결되면, 조합은 대개 1~2일 안에 관할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다.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은 2015년 당시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 전경. 황의영 기자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은 2015년 당시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 전경. 황의영 기자

강남구에선 대치2지구가 지난 8일 총회를 연 데 이어 이번 주 구청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할 예정이고, 송파구에서는 미성·크로바와 잠실 진주아파트가 성탄절에 총회를 열기로 했다.

익명을 원한 한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속도를 내다 보니 평형 등 설계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며 "일단 '세금 소나기'를 피해야 하니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해놓고 내년에 관리처분 변경 계획을 통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들 단지 조합은 가구당 최대 수억 원으로 예상되는 재건축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조합원당 부담금은 반포1단지 1·2·4주구가 4억원, 잠실 미성·크로바 1억원, 한신4지구는 8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조합원들이 내뱉을 뻔했던 최대 수억 원의 돈을 아낄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부담금은 추진위원회 구성 시점부터 준공 때까지의 평균 집값 상승분에서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과 개발비용(조합 운영비 등)을 뺀 금액에 부과된다. 초과이익이 조합원당 평균 3000만원을 넘기면 부과 대상이고 금액에 따라 10~50%의 부과율이 적용된다. 초과이익이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다.

재건축 부담금

재건축 부담금

환수제를 피한 단지라고 투자 수요가 붙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만큼 조합설립인가 이후 단계의 재건축 조합원은 원칙적으로 입주 때까지 주택을 팔 수 없어서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도 오르는 추세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 조합원 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관리처분계획은 충분한 검토와 주민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합원 이익과 직결되는 부분이 많은데, 사업을 서두르게 되면 의견 수렴이 안 돼 잡음이 생기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환수제를 적용받는 단지는 재건축 사업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분양가 상한제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수억 원을 세금으로 내면서 재건축 사업을 하려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사업을 중단하는 곳이 늘고, 이들 단지는 집값도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잠실5단지 재건축조합은 환수제에 대해 "위헌 요소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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