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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PD수첩 사건, 백남기 농민 사망 … 진상규명 리스트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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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과거 검찰의 권한 남용 등을 규명하는 ‘과거사’ 조사 대상 사건의 윤곽이 나왔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위원장 김갑배)는 1차 조사 대상 사건 선정을 앞두고 25개의 사건 리스트를 검찰개혁위원회로부터 넘겨받았다.

검찰 과거사위, 25개 사건 목록 받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사건이 23건 #개혁위 의결 거쳐 최종 리스트 결정 #“짜맞추기 조사라는 비판 나올 수도”

과거사위 관계자는 15일 “법무부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로부터 25개의 사건 리스트를 비공식적으로 받았다. 내일(16일) 이 리스트를 가지고 논의한 뒤 과거사위 전체회의에 올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 산하 기구로 검찰의 권한 남용과 봐주기 의혹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 12일 출범했다. 9명의 위원 중 6명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라는 점 등으로 편향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25개 사건 리스트’에는 이명박(14건)·박근혜(9건) 정부 때 사건이 대거 포함됐다. 리스트에 포함된 사건은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2008년 8월), 미네르바 사건(2009년 1월), PD수첩 사건(2009년 6월), 국정원 여직원 감금죄 기소 사건(2014년 6월), ‘박근혜 대통령 7시간’ 산케이신문 사건(2014년 10월) 등이다. 당시 정치 권력의 이해에 따른 수사라는 의심을 받으며 ‘무리한 기소’ 논란을 빚었던 사건들이다.

또 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2010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 사건(2012년 6월) 등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었던 사건도 포함됐다. 수사 보류 및 지체 등이 논란이 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도 리스트에 올랐다.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 사건 등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사건도 과거사 조사 대상 후보에 포함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25개 사건을 공식적으로 과거사위에 넘긴 것은 아니다. 곧 법무부·검찰개혁위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조사 대상 선정을 위해 ‘대국민 공고’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위원들의 추천을 받거나 일반 시민들과 단체에 추천을 공고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건 선정과 함께 조사 방식 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및 피해 회복을 위한 권고 등을 하는 과거사위의 목표가 검찰의 업무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수사 기록이 검찰청에 있어 실무조사는 대검찰청 산하에 별도 기구를 설치해 진행될 전망이다. 이는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내부 자료에 접근권을 가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와 협업을 통해 과거 국정원의 정치 공작 의혹 등을 규명한 구조와 유사하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조사 대상이 선정되면 우선 수사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이후 조사는 강제권이 없어 본인 동의하에 소환조사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한 검사는 “검찰청 캐비닛에 보관된 수사 기록을 꺼내 잘못을 찾아내기란 실무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민감한 수사 기록을 민간인 등 외부인이 열람하는 게 옳은 일인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PD수첩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전 사장 사건은 법리에 따라 수사했고 후회도 없다. PD수첩 사건 역시 검사 누구에게도 ‘무죄가 나오더라도 기소하자’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라는 이름을 빌려 특정 사건에 대해 단죄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진녕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계속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사건만 파헤치다 보면 ‘프레임’에 맞춘 조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과거사위 조사 검토 사건(25개)

백남기 농민 사망,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 의혹 산케이신문 보도 수사, 국정원 여직원 감금 관련 민주당 인사 기소, 세월호 민간 잠수사 기소, 이진한 검사 여기자 성추행 사건, 필명 ‘좌익효수’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안도현 시인 선거법 위반 기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수사, 유우성 간첩 조작,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매입, 유성기업 노조 파괴 및 부당 노동행위 수사, G20 정상회의 ‘쥐 그림 포스터’ 수사, 총리실 민간 사찰, 현대차 불법 파견 무혐의 처분, OCI 주식 불법 거래 의혹,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관련 수사, 전교조 교사 징계 보류 교육감 수사, ‘한상률 비방’ 세무서 직원 기소, ‘미네르바’ 박대성씨 기소, 용산 철거민 과잉 진압 의혹, 쌍용자동차 회계 조작 수사, 정연주 전 KBS 사장 수사, 간디학교 교사 국가보안법 위반 기소,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수사,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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