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BS는 NHK를 반면교사로 삼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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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 공영방송 NHK가 '타율 개혁'의 도마에 올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NHK의 채널 수가 너무 많다"며 채널 축소를 지시했다. 자신의 '해외방송 강화' 지시에 대해 NHK가 "돈이 많이 든다"며 광고 유치 의사를 밝히자 총리가 직접 나서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채널 축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NHK의 부분 민영화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BBC와 함께 공영방송의 전범(典範)으로 불리던 NHK가 이런 수모를 당하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직원들의 비리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솜방망이 징계로 그치자 시청자들이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인 것이다.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은 즉각 경영 위기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시청료 납부 거부 건수가 130만 건에 육박하자 회장이 물러나기도 했다.

우리 공영방송은 어떤가. NHK가 방만한 경영을 했다지만 올 1월 직원 1200명 감축과 관리직 급여 5~15% 삭감 등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KBS가 이 같은 구조조정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시청료 징수에다 광고까지 하고 있는 KBS의 방만 경영은 NHK보다 훨씬 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4년 감사원 감사에서 정부 방침보다 네 배나 많은 노조 전임자를 둬 연간 11억원을 낭비했고, 사내 근로복지기금을 이중으로 출연해 55억원을 낭비한 사실이 적발됐다. 예비비 109억원을 임의 적용, 직원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은커녕 정부에 손이나 벌리고 있다. KBS는 지난해 500억원의 흑자를 냈으면서도 올해 43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겠다는 얘기다. 게다가 KBS는 편파방송에다 저질 상업방송을 일삼는다는 비난도 듣는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없이 공영성과는 거리가 먼 오락채널이나 만들겠다니 낯 뜨거운 일이다.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NHK처럼 타율개혁을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