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서울도' 주장한 남경필…여당 지사후보군 비난 총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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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광역서울도 형성과 수도권 규제혁신(수도권 규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남경필 경기지사. [사진 경기도]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광역서울도 형성과 수도권 규제혁신(수도권 규제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남경필 경기지사. [사진 경기도]

"경기도를 포기하겠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한 마디에 여권 유력도지사 후보군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지역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남지사는 지난 12일 오후 8시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13일 오전 서울 국회 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열린 '광역서울도 형성과 수도권 규제 혁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남지사, 13일 국회에서 "광역서울도 형성" 주장 #수도권 규제 철폐하고 광역대도시권 정책 전환 요구 #전날 자신의 SNS에 "경기도 포기한다" 글도 남겨 #이재명·전해철·양기대·등 "경기도 지사 것 아냐" 반발

남 지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40년간 지속해 온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고 광역대도시권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지사가 먼저 경기도를 포기하고 서울과 합쳐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가자는 도발적인 주제를 제시한다"며 "이미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등 세계 대도시권에서는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집중억제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의 자율적 계획관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성장모델인 '초강대도시'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12일 자신의 SNS에 남긴 글.[사진 남경필 경기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남경필 경기지사가 12일 자신의 SNS에 남긴 글.[사진 남경필 경기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그는 "국가경쟁력 전반을 견인할 ‘초강대도시’ 육성을 위해서는 일차적인 과제로 수도권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토이용에 대한 기본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지속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지사는 또 "수도권 규제를 강화해 수도권을 누르면서 수도권의 기업들이 전부 외국으로 나갔다"고 꼬집으며 "5개의 광역도시를 만들고 광역도지사를 5명만 뽑아서 시·군 간의 조율이 안 되는 부분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작은 것은 기초자치단체장에 넘기고 미래의 큰 틀을 설계할 수 있는 광역 지도자를 뽑아서 해외 도시와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지사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자신의 SNS에 재차 글을 남기고 "우리나라의 혁신적인 발전을 위해서 수도권 규제가 철폐되고 초강대도시(광역서울도)를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도지사로서 경기도를 포기한다는 각오와 용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재명 성남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사진 이재명 성남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여권 유력도지사 후보군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전해철 의원, 양기대 광명시장은 각각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남지사를 비판했다.
이 시장은 "남경필 도지사님 가도 너무 가셨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경기도는 지사님 마음대로 포기할 수 있는 지사님 것이 아니다. 경기도 주권자에게 위임받은 머슴이 포기 운운 하는 건 농담도 안 될 주권모독"이라고 했다.
이 시장은 또 "경기, 서울 통합은 고등 유기체를 거대 아메바로 만들자는 주장"이라며 "자치분권 강화와 세방회(세계화와 지방화의 동시 진행)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전해철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사진 전해철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

경기지사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도 비난에 가세했다.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경기도 포기가 아니라 경기도만의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며 "경기도는 최대 규모의 광역자치단체인 만큼 현안도 많고 남·북 지역에 따른 이견과 갈등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경기도가 지역별 특성에 따른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도의 현안이 해결되지 못한 이유로 "선거철이 되면 단순히 이슈를 위해 불쑥 얘기를 내던지고 말을 바꾸는 일이 반복되는 것, 경기도를 위해 필요한 일을 실천하기보다 경기도지사를 대권을 위한 발판으로 여겨온 정치 풍토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며 "그렇다고 경기도만의 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다. 지역별 특성에 따른 정책을 준비, 필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 양기대 광명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사진 양기대 광명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양기대 광명시장도 이날 자신의 SNS에 "남경필 지사님, 노이즈 마케팅이 과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경기도와 서울을 합친다는 원맨쇼를 해서 황당했다"며 "교통·청년실업·수도권 규제 등의 난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도민들에겐 아닌 밤중의 홍두깨"라고 했다.
양 시장은 "경기도부터 제대로 발전시켜 놓고 그런 소리를 하면 그나마 들어줄 만할 텐데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처절한 몸부림 같아 아쉽다"며 "노이즈 마케팅은 그만하고 도정에 집중하던지 일하기 싫으면 조용히 나가라"고 지적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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