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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아닌 일반 공업용 소독제가 병원에 대량 유통

중앙일보

입력

공업용 소독제를 병원에 판매한 업자와 이를 구입한 병원이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하 민사경)은 공업용 소독제를 수술 기구나 내시경 기구 소독이 가능한 의료용 소독제로 광고해 판매한 업자 8명을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일반 공산품 소독제는 화학물질등록법에 따라 유해우려물질로 분류된다. 일반 가정과 사무실에서 차량·화장실 등을 소독하기 위해 쓰이지만 소독 성분인 에탄올 함량이 의료용(99%)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완전 멸균이 되지는 않는다.

의약품으로 둔갑한 일반 공산품 소독제. '수술기구 마취기구 살균'용 으로 쓰인다는 안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로고가 제품 겉면에 표시돼 있다. [사진 서울시]

의약품으로 둔갑한 일반 공산품 소독제. '수술기구 마취기구 살균'용 으로 쓰인다는 안내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로고가 제품 겉면에 표시돼 있다. [사진 서울시]

신장투석기, 혈액투석기 등의 의료기기 소독용으로 주로 쓰이는 살균제는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임상실험과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 의약품 품목 허가를 받아야만 의료용 살균제로 이용할 수 있다. 의료 기기가 완전 멸균 처리되지 않으면 환자가 살모넬라 등에 감염될 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제조업자는 공산품 소독제를 의료 소독제로 둔갑시키기 위해 제품 용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 로고를 넣고 '의료용 소독제'라는 문구를 표기했다. 또 제품 설명서에는 수술기구·내시경기구·신장투석기 멸균 소독 등에 사용 가능한 소독제라는 내용을 넣었다. 일부 업자들은 홈페이지에 “대형 병원이 이용하는 제품”이라며 허위 광고를 게재했다.

이 소독제들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인터넷과 의료기기 판매업자를 통해 병원으로 팔려나갔다. 엉터리 소독제를 구매한 59개 병원 중 일부는 해당 제품이 의약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내시경 등 의료기기를 소독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산품 소독제는 4리터 한 병당 가격이 2만원 수준으로 의료용(5~6만원)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내시경 세척기. 세척용액으로 엉터리 소독제가 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서울시]

병원에서 사용하는 내시경 세척기. 세척용액으로 엉터리 소독제가 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서울시]

박경오 서울시 민사경 보건의약수사팀장은 “의약품 판매가 불가능한 인터넷을 통해 해당 소독제를 구매한 병원들은 제품이 정식 의료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공산품 소독제를 의료기기를 소독하는 용도로 썼다고 해도 ‘구매자’인 병원을 처벌할 수 있는 의료법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적발된 판매업자들만 약사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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