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같은 골도움…이천수 '킬러'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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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 특급' 이천수(22.레알 소시에다드)가 31일(한국시간) 에스파뇰과의 2003~0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개막전에서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처진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장한 이천수는 '득점이나 다름없는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팀을 패배에서 건져냈다. 이천수는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11분 팀 동료 사비 알론소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머리로 밀어준 공이 상대 수비수 머리를 맞고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흐르자 쏜살같이 뛰어들어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천수는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절묘한 토킥으로 공을 골문 안으로 날려보냈다. 그러나 공의 속도가 너무 늦은 게 흠이었을까. 반대편에서 뛰어들던 팀 동료 다르코 코바체비치가 넘어지며 오른발을 갖다댔다. 데뷔 골로 이어질 뻔한 슛이 어시스트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골로 착각한 이천수는 준비했던 '속옷 골 뒤풀이'를 펼쳤다. 속옷에는 'Eskerrilc Asko'(현지 바스크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와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라는 한글 문구가 새겨 있었다. 유니폼을 벗는 행위로 주심에게 경고를 받은 이천수는 후반 42분 교체됐고 팀은 1-1로 비겼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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