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돌봄 해결하려 수업시수 확대? 학생·교사 부담만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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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홀로 하교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홀로 하교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초등학생을 둔 맞벌이 부모는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 대다수가 어쩔 수 없이 학원을 전전한다.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을 위해 정규 수업이 끝난 후 돌봄 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김재철 교총 대변인, 초등 돌봄 강화 '반대' #"수업 늘리는 건 미래 인재상 논의에 역행" #"방과후 학교 확대, 학교 교육 취지에 반해" #'지자체 주도로 공공 돌봄 시설 확충' 강조

학부모들은 "초등학교가 정규 수업 시간을 늘리고 방과후 학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돌봄 문제의 대안으로 수업시수를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한다. 다음은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수업시수 확대를 요구하는 학부모가 많다.
수업시수를 확대하면 학습량·수업량이 늘어난다. 학생은 학업 부담, 교사는 수업 부담이 커진다. 수업시수 확대는 현재 논의되는 미래 인재상·교육상과 맞지 않는다. 가능한 수업시수를 줄여 아이들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줄여주자는 게 중론이다. 교과보다는 놀이나 체험 중심의 교육과정을 통해 아이의 적성을 찾아주고 소질을 키워주자는 것이다. 단순히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업시수를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수업시수를 확대하려면 교육학적으로 많은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  
한국의 수업시수가 OECD 주요국에 비해 짧은 편인데.
수업시수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우리나라 교사는 정규 수업시수를 소화하는 것 외에 하는 일이 많다. 수업 연구는 기본이고 행정 처리, 생활지도 등 부가적인 업무가 많아 지금도 힘들어한다. 수업시수가 확대되면 그만큼 교사 업무가 배가된다. 수업시수 확대에 따른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방과 후 학교를 강화하는 건 어떤가.
방과 후 교육 활동은 저소득층·고소득층 학생 간 사교육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정책이다. 쉽게 말하면 학교에서 사교육을 하는 것이다. 본래 학교 교육 취지와 맞지 않는다. 방과 후 교육의 규모가 커지면서 운영에 따른 행정 절차도 많아졌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과 후 교육 담당 부장 교사를 따로 둔다. 학생·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만족도 조사를 하는 곳이 많지만 여전히 민원에 시달린다. 강사 수급과 공간 확충, 시간 부족 등 한계가 있다.  
구멍난 초등 돌봄 어떻게...

정규 교사가 방과 후 교육을 담당할 순 없나.
교사가 정규 수업을 끝낸 후 방과 후 수업까지 도맡아 하긴 힘들다. 더구나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 대부분이 피아노·플루트·로봇 등 특기 적성 분야다. 외부 전문 강사가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외부 강사를 섭외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학생과 직접 어울려 생활하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다.  
초등학생 돌봄 문제의 대안은 뭔가.
현재 초등학교에는 교육과 보육이 혼재돼 있다. 보육은 지자체가 나서야 할 문제다.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공공 돌봄 시설이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학교가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 된다. 지금은 주객전도 됐다. 보육에 초점을 맞춘 다른 방안을 강구할 시점이다. 정부는 예산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보육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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