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학을 졸업한 김수영(가명·27)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김씨는 대학 4년 내내 학자금대출을 받았다. 쌓인 대출 잔액만 1600만원이다. 그는 취업만 하면 3년 안에 이 빚을 다 갚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씨는 “계산해보니 3년 내 갚으려면 월 상환액이 45만원”이라며 “초봉 2400만원, 월 수령액 182만원으로 가정하고, 현재 주거비·생활비는 100만원 정도 드니까 아껴서 생활하면 못 갚을 금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구직 기간이 길어진다는 점이다.
신한은행 ‘금융생활 보고서’ 분석 #취준생, 스펙 쌓는데 384만원 지출 #“노후 대비 재테크 여력 없다” 26% #자녀 사교육비는 월평균 33만원
팍팍한 취업준비생·사회초년생의 생활상이 통계로도 확인됐다. 신한은행이 7일 발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7대 핵심 이슈’ 자료를 통해서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가 9~11월 금융소비자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담았다. ‘남들은 보통 어떻게 하느냐’는 사람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이다.
◆취업준비생=13개월. 취업준비생들의 평균 취업 준비 기간이다. 이 기간 순수하게 취업 준비에 드는 비용(생활비, 주거비 제외)은 총 384만원, 월평균 29만원으로 나타났다. 준비 기간이 긴(평균 20개월) 공무원 시험 준비생(633만원)의 경우, 일반 사무직(345만원) 취업 비용의 1.8배에 달했다.
일반 사무직 취업 준비생은 주로 자격증 취득(52%)과 어학 시험(32%), 교내 취업프로그램 참가(27%), 학원·인터넷 등 사교육 강의 수강(26%)에 돈을 들였다(복수 응답).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스펙 쌓기’ 비용이 컸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런 비용을 충당했다. 가족에게 손을 벌리는 비율도 58%에 달했다(복수 응답). 부모가 주는 지원금은 월평균 15만원이었다.
◆사회초년생=어렵게 취업 관문을 뚫는다고 해도 형편이 확 피는 건 아니다. 경력 3년 이하의 사회 초년생을 조사한 결과,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7%는 금융권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평균 2959만원에 달한다. 학자금대출 보유자(21%)가 가장 많고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월세자금대출(각각 8%) 등을 보유했다. 빚을 진 사회초년생은 월평균 61만원을 빚 갚는 데 썼다. 연봉을 고려하면 남은 대출금을 모두 갚는 데 평균 4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사회초년생들은 더 나은 연봉을 희망하며 이직을 꿈꾼다. 조사 결과 직장인 중에서도 ‘이직 욕구’가 가장 큰 건 2년 차로 나타났다. 2년 차 직장인 중 86%는 이직을 희망해서 1년 차(83%)나 3년 차(82%)보다 이직 열의가 강했다. 2년 차는 연봉을 평균 712만원 더 올려주면 직장을 옮길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현재 연봉(2455만원)의 29% 인상을 희망하는 셈이다.
◆자녀 교육비=자녀가 있는 가구의 경우 역시 교육비 지출이 큰 부담이다. 자녀 1인당 쓰는 사교육비는 월평균 33만원으로 조사됐다. 영유아(5세 이하) 때는 평균 12만원을 쓰지만 미취학 아동(6~7세)은 18만원, 초등학생은 30만원, 중학생 41만원, 고등학생 47만원으로 점점 불어났다.
사교육비의 지역 편차는 컸다. 서울의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의 평균 사교육비는 50만원으로 강북(37만원)보다 13만원 많았다. 특히 고등학생은 강남 3구 사교육비가 월 86만원으로 강북(54만원)과의 차이가 커졌다.
◆노후 준비=빚 갚으랴, 애 교육하랴, 돈 들어갈 곳이 많다 보니 저축 여력은 바닥이다. 직장인의 26%는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노후 대비 정기적으로 저축하는 비율은 47%로, 월평균 저축액은 26만원이었다. 평균 근로소득(월 285만원)의 9%에 불과하다. 왜 저축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저축할 목돈이 없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37%). ‘금리가 낮아서’(31%), ‘장기적인 저축이 부담돼서’(11%)가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은행 내부 데이터와 결합해 고객의 행동 패턴 분석, 상품·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것”이라며 “고객들은 은행 전 영업점에서 이 조사 결과를 활용해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