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만에 생애 첫 직장이 생겼어요.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일터로 오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아요”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아온 표순열(61·여) 씨. 표씨는 남편과 가족 뒷바라지를 위해 평생을 출근도 퇴근도 없는 가사 일에 매여 왔지만, 이젠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표씨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 봉화산 신내공원에 있는 ‘옹기종기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흰 와이셔츠에 단정하게 넥타이를 멘 표씨의 모습은 환갑을 넘긴 노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표씨는 지난해 서울시 중랑구가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버 바리스타 양성과정’을 마치고 바리스타가 됐다.
중랑구는 어르신들의 사회참여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 8월부터 '실버 바리스타 양성과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 40명의 ‘실버주부’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고 이 중 12명이 이곳 ‘옹기종기 카페 ’취업했다. 12명의 바리스타들은 1주일에 4시간씩 두 번 이 곳에서 손님들에게 커피를 내려준다. 중랑구는 이와 같은 실버 바리스타의 취업확대를 위해 체육공원 등 유휴공간에 실버 카페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월급은 많지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출근하는 일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몰랐다”
바리스타로 일한 지 한 달째 된 문명란(63) 씨 역시 가족을 위해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았지만 이젠 자신의 ‘손맛’을 서비스하는 바리스타가 됐다.
문씨는 5년 전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더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올 9월 바리스타 자격증을 새로 땄다. 문씨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커피를 만들면 맛이 없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울시 노원구를 비롯한 인천시 등 전국의 지자체들이 ‘실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에 자리를 잡은 일부 카페는 최저임금을 넘어 수익금을 분배하기도 해 실버 세대의 노동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버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에는 그들의 삶에서 녹아 내린 달고 쓴 인생이 함께 녹아 있어 그 맛과 향이 참 오래도록 입 안에서 가시지 않았다. 사진·글=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