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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예산 4500억원 하동군 1700억원 '빚폭탄' 맞은 사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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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사진 하동군]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사진 하동군]

경남 하동군이 조선경기 침체 등으로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중단되면서 한 해 예산(4550억원)의 20% 가까이 되는 900억원 정도를 대우조선해양㈜에 당장 물려줘야 할 처지다. 하동군은 대우조선 외에도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800억원 상당을 추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어 사실상 파산 위기를 겪고 있다.

하동군 갈사만 조선단지 사업 중단으로 대우조선에 900여 억원 빚져 #대우조선 외에도 사업 관련 800억원 추가 물어 줄 수도 #윤상기 군수, 급여인상분 자진 반납 등 자구책 발표 #시민단체 "면밀한 사업 검토없이 추진하다 파산 위기 맞은 것" 지적

윤상기 하동군수는 지난 4일 하동군청 대회의실에서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종합대책 설명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에 지급해야 할 841억여원을 내년에 전액 지급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재판장 임태혁)가 대우조선해양이 하동군을 상대로 낸 분양대금 반환 등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하동군은 대우조선해양이 하동군을 대신해 갚은 770억원과 지연손해금 70억원 등 약 841억원을 대우조선해양에 지급하라”고 판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윤상기 하동군수가 지난 4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하동군]

윤상기 하동군수가 지난 4일 군청 대회의실에서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하동군]

사연은 이렇다. 하동군은 2003년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가 지정된 후 금성면 갈사·가덕리 일대 561만3000㎡(육지부 244만㎡·해면부316만㎡)에 해양플랜트와 조선 기자재 산업단지를 조성을 추진했다. 2015년 말까지 1조5970억원(공공자금 381억원, 민간자금 1조5589억원)이 들어가는 대단위 공사였다. 하지만 2012년 착공 직후 조선경기 침체와 국제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자금조달에 실패해 2014년 2월 공정률 30% 상황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 과정에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9월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시행자인 하동지구개발사업단과 토지분양계약을 체결했다. 분양대금 1430억원에 산단 20만평을 2014년 12월 31일까지 받는 내용이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5월 7일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이 77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연대보증을 섰고, 이날 하동군은 하동지구개발사업단으로부터 모든 권리와 의무를 넘겨받았다.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하동군을 믿고 연대보증을 선 것이다. 이틀 뒤인 5월 9일 대우조선해양은 계약금 110억원을 하동군에 넣었다. 그러나 하동지구개발사업단에서 하동군으로 분양자 지위 이전 과정에 당시 하동군 업무 담당자는 군의회 승인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갈사만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윤상기 하동군수. [사진 하동군]

갈사만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윤상기 하동군수. [사진 하동군]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종합대책 설명회 모습. [사진 하동군]

갈사만 조선산업단지 종합대책 설명회 모습. [사진 하동군]

이후 2014년 2월 공사가 중단되자 금융권은 연대보증인인 대우조선해양에 대신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7월 30일 770억원을 대신 갚은 뒤, 2015년 8월 26일 하동군에 분양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11월 11일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이다.

문제는 하동군이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있는 우발채무가 더 남았다는 점이다. 시공사인 한신공영 공사대금 관련 423억원, 어업권손실보상 관련 383억원, 하동지구개발사업단이 돈을 빌리고 하동군이 보증을 선 삼미건설과 대호산업 채무보증 관련 112억원 등이다. 하동군은 전임 조유행 군수를 비롯해 당시 담당 공무원과 하동지구개발사업단 전 대표 등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특히 갈사만 인근에 조성 중인 대송산단(136만㎡·2013년 착공, 2018년 준공)의 경우도 하동군이 금융권에 1810억원(매년 이자 94억원)의 보증을 선 상태다. 이 산단은 하동군이 매입하기로 돼 있는데 현재 분양율이 0%여서 이대로 분양이 안 될 경우 1810억원이라는 막대한 빚을 더 떠안게 되는 것이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각종 공사시설비 절감·업무추진비 감액·5급이상 공무원 급여인상분 자진 반납·공무원 초과근무수당과 연가보상비 감액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시도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여기다 내년 예산에서 400억 원, 추가경정예산에서 300억 원 정도를 채무상환용으로 우선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강진석 하동군참여자치시민연대 대표는 “재정 기반이 열악한 자치단체가 대형사업을 하면서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또 시행 과정도 원칙에 어긋나게 진행하다 보니 이 같은 위기가 불러온 것”이라며 “갈사만뿐 아니라 이와 연계된 대송산단 등도 분양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해 100억원 가까운 이자 부담이 발생하고 있어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고 말했다.

하동=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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