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 어! 만화책이 움직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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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12명이 한 칸 만화작품 50여편을 모아 '굿모닝 디지털, 굿모닝 카툰'(황매.1만원)을 펴냈다. 종이책 자체는 세태에 대한 풍자를 그려낸 점에서 여느 한 칸 만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부록격인 동영상 CD가 흥미롭다.

컴퓨터에 넣고 가동하면 종이책에서 본 만화가 꿈틀꿈틀 살아난다. 예컨대 이길수씨의 '스위밍 머신'은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며 돌아가고, 모해규씨의 '봄비 목련'은 펜으로 그린 목련 꽃잎이 하나씩 움직이며 떨어진다. 배경음악이나 효과음도 덧입혀진다.

여느 애니메이션과도 사뭇 다르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컷에 담아 표현하는 만평 본래의 맛을 살리려고 했기 때문에 구도 자체는 정적이고 평면적인 맛을 고집한다.

만화가 자신들은 이런 작품에 '디지털 카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달리 표현한다면 디지털의 힘을 빌려 움직이는 만화다.

디지털 카툰은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같은 신매체에 대한 만화가들의 응전이자, 새로운 표현방식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자잘한 군중의 움직임이 미소짓는 얼굴 모습으로 바뀌는 '미소'나 고층빌딩을 화장실 변기에 비유한 '소화'같은 이진형씨 작품은 종이만화로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던 내용이 움직이는 만화에서는 명확하게 살아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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