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엔 안 팔아" 미 '웨딩 케이크' 사건 판결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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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커플을 위한 웨딩 케이크는 만들 수 없다고 거부했다가 5년째 이어진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는 잭 필립스. [AFP=연합뉴스]

동성 커플을 위한 웨딩 케이크는 만들 수 없다고 거부했다가 5년째 이어진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는 잭 필립스. [AFP=연합뉴스]

제과 장인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동성 커플에는 웨딩 케이크를 만들어줄 수 없다고 거부할 권리가 있을까. 수년째 이어진 미국의 '웨딩 케이크' 법정 공방의 최종 판결은 어떻게 날까.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5일(현지시간) 열린 심리에서 첨예한 공방이 오갔다고 전했다.

웨딩 케이크는 음식인가, 예술적 표현인가 #'표현의 자유'와 '차별금지' 두고 치열한 공방

'웨딩 케이크' 사건 개요 

법원 앞에 선 크레이그 커플. [AFP=연합뉴스]

법원 앞에 선 크레이그 커플. [AFP=연합뉴스]

사건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성 커플인 찰리 크레이그와 데이비드 멀린스는 매사추세츠 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콜로라도에서 축하파티를 하기 위해 잭 필립스가 운영하는 '마스터피스 케이크숍'에 케이크를 주문했다. 하지만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인 필립스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동성 부부를 위한 케이크는 만들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크레이그 커플은 그가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시민활동가들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이 사건이 단순한 케이크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소송은 결국 대법원까지 이어졌고, '차별'에 대한 기준이 되는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민 사회의 관심이 쏠려 있다.

법정에서 벌어진 일 

 잭 필립스. [AP=연합뉴스]

잭 필립스. [AP=연합뉴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상점에 '우리는 동성 결혼용 케이크를 만들지 않는다'는 표지판을 걸 수 있나? 게이 커뮤니티를 모욕하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필립스 측 변호인은 "주문 제작형 케이크일 경우에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필립스는 단순한 제과점 주인이 아니라 '예술가'이며,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작품을 만들도록 강요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케이크에 대한 게 아니다"란 팻말을 들고 크레이그 커플을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단순히) 케이크에 대한 게 아니다"란 팻말을 들고 크레이그 커플을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케이크 조각일 뿐"이라는 손팻말을 든 잭 필립스 지지자. [EPA=연합뉴스]

"케이크 조각일 뿐"이라는 손팻말을 든 잭 필립스 지지자. [EPA=연합뉴스]

소니아 소토메이어 대법관은 "우리가 언제 음식을 보호해준 적이 있는가? 어떤 종류의 음식이든 주요한 목적은 먹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필립스 측은 "동의하지 않는다. 국가가 예술적 표현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종교의 자유에 관한 문제일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콜로라도주 1심 법원은 종교의 자유가 차별금지법 아래에서 동성 부부에 대한 보호에 우선할 수 없다면서 크레이그 커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선 보수적인 성향의 법관들이 케이크에 특정 문구를 적는 게 '표현'이라는 데 동의했다.

케네디 법관은 "자유 사회에서 관용은 필수다. 관용은 상호 작동할 때 가장 의미있다. 내가 보기에 콜로라도 주정부는 필립스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 관용도 존중도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NYT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케네디 대법관이 이날 심리에서 동성 커플을 차별하는 데 대한 우려와 동시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등 갈팡질팡 했다고 짚었다. 대법원이 어떠한 결론을 낼지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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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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