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까지 시간이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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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씨의 민주당 총재 사퇴를 계기로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정계는 다시 동적 긴장을 맞았다.
문제의 초점은 총 선거 이전에 야권 통합이 이뤄질 것인가, 이를 계기로 김대중씨가 어떤 거취를 취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다수 국민의 여망이나 정치 발전의 대의로 볼 때 야당은 반드시 통합되어 총선에 임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김대중씨가 사소한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김영삼씨 이상의 결단을 내려야할 때라고 생각된다.
「12·16선거」에서 63%의 국민이 당 대 당의 정권교체, 정통 야당에 의한 민정회복을 원했음에도 실현되지 않았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양 김 씨의 분열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만약 총선 이전에 야권의 재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 여망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야당은 패배가 자명한 싸움을 해야 한다.
총선은 길어야 두 달 앞이다. 시간이 급하다. 이럴 때 뒤늦게나마 12·16선거 패배 책임의 한 쪽 당사자이며 야당통합 장애의 한 요인인 김영삼씨가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것은 민주당 당내 사정이나 김영삼씨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한국 민주정치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유익할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내려진 판단이다.
김영삼씨 사퇴 후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내고 절망상태에 있던 야권통합운동이 다시 활발해진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대중씨를 포함한 야당 지도자들은 이 점을 겸허하게 음미해야 한다.
야당의 기능은 무엇인가. 단순화해서 말하면 첫째는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요, 둘째는 다음 정권 담당 세력으로서의 준비다.
우리 야당은 비판 기능은 그런 대로 해 왔으나 정권 담당 태세는 아직 요원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야당 책임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기인하는 바 많다.
김영삼씨의 사퇴로 공은 지금 김대중씨에게 가 있다. 국민은 김대중씨의 일거일동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씨의 사퇴 이후 평민 당이 취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국민들의 실망은 크다.
김대중씨와 평민 당은 김영삼씨 사퇴의 진의를 알아본다느니, 민주당이 소선거구제를 먼저 받아들여야 야당 통합에 노력하고 김대중씨의 2선 후퇴를 고려한다는 태도다. 이것은 국민의사와 동떨어진 감각이며, 민주화라는 대세와도 거리가 먼 발상이다.
총선을 앞둔 지금 야당이 할 일은 많다. 선후가 명백한 일을 놓고 시간을 버릴 여유가 없다. 총선에서 여당을 견제할 만한 균형 있는 원내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통합이 지상 과제다.
야권 통합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주시코자 한다. 통합을 위해선 특정인의 이해나 어느 정당의 내부 사정쯤은 초월하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지금 당 지도부의 결단을 무한정 기다릴 여유도 없다. 지도부의 결단이 지연되면 이 운동은 밑에서 주동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야당의 참패를 면하고 국민과의 염원과 민주화라는 대의에도 합치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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