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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칼럼 “北 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전략 배워라”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달 29일 평양 인근에서 실시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29일 평양 인근에서 실시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장면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정보기구는 '모사드(Mossad)'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 모사드는 1990년대 후반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와 투쟁을 벌이던 당시 내부에 '하푼(Harpoon)'이라는 비밀 공작부서를 조직했다. 이 조직의 주요 비밀작전은 하마스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줄을 추적하고 봉쇄하는 것. 이스라엘의 정보기구 활동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이스라엘 전문가는 하마스와 싸우던 이스라엘에서 배울 점이 있음을 조언한다.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법률단체 '슈라트하딘'의 닛차나 다르샨-레이트너 회장은 '북한을 멈추기 위해 이스라엘처럼 행동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그는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 아니라 마약밀수와 온라인 은행 계좌 해킹, 핵기술 판매, 스커드 미사일을 포함한 무기밀매 등 범죄제국으로 규정했다. 범죄가 국가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서방은 북한이 벌이고 있는 범죄산업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자금줄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르샨-레이트너 회장이 사례로 꼽은 이스라엘 모사드의 하푼은 과거 테러조직에 이같은 일을 공작을 펼쳤다. 하푼은 국가와 국제자선단체 등으로부터 하마스로 흘러 들어가는 모든 자금을 추적하는 한편,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수반의 계좌를 추적하기도 했다. 또 테러 피해자들에 법률 지원을 제공해 미국 내에서 테러 후원국들을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도록 도왔다. 테러 조직에 경제적 타격을 입히기 위한 전방위적인 시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다르샨-레이트너 회장은 테러 지원국들이 막대한 배상을 물도록 하면, 과중한 경제적 부담을 우려해 궁극적으로 테러 활동을 포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푼은 법무부와 재무부 등 미정부의 도움을 얻어 베네수엘라와 레바논에서의 코카인 사업과 미주 등지에서 돈세탁 활동을 추적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세력 헤즈볼라 간부들을 상대로 한 끈질긴 작전 끝에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하푼은 '지저분한' 수법을 포함해 회유와 협박, 상황에 따른 직접 개입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신사적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다르샨-레이트너 회장은 또 이러한 전방위적인 자금 압박이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를 낮추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작업은 유럽과 남미, 이밖에 김정은의 범죄 제국이 번영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과 은행에 대항해 북한 및 아시아 밖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제재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과 무력의 강화에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했다. 오로지 자금줄이 마를 때 김정은 이너서클의 충성심이 흔들리고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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