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회 돌파 ‘아이 러브 유’… 최장기 대형 뮤지컬 ‘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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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인섭 기자 ]

뭐든지 후딱후딱 바꾸어야 직성이 풀리는 '냄비 근성' 탓? 혹은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 내기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풍토? 이유야 어찌됐건 한국에서 한 작품을 꾸준히 오랫동안 무대에 올린다는 건 드물다.

그런데 최근 이런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장기 공연에 돌입한 두 뮤지컬이 있다. 2004년 늦가을 무대에 올려져 최근 400회를 돌파한 '아이 러브 유'는 소극장 뮤지컬의 전범으로 자리 잡으며 전회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시작 때부터 대형 뮤지컬 최장기(8개월) 공연으로 화제를 뿌린 '아이다' 역시 최근 손익 분기점(130억원)을 넘기며 성공 신화를 쌓아가고 있다. 남경주(42.사진 (右)).배해선(32)씨가 두 공연의 성공을 일궈낸 버팀목들이다.

-똑같은 역을 반복한다. 지겹지 않은가.

남경주(남)=지난해 7월 결혼할 때 2주일 빠진 것 이외엔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지겹지 않다. 안 믿기겠지만 배우란 게 그렇다. 매번 다른 관객, 매번 다른 느낌…. 그리고 나는 계속 같은 자리였지만 나와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이 달라지는 것도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는 요인이다.

배해선(배)=210여회 공연중 180여회 무대에 올랐다. 지겹다는 기분보다 편안해졌다는 느낌이다. 오히려 초반에 힘들었다. 어떻게 감정을 조절하고, 목을 써야 할지 몰라 그냥 힘만 들어갔던 것 같다. 그래서 몸도 많이 상하고 아프기도 했다.

-체력이랄까, 자기 관리는 어떻게.

남=아침 8시쯤 일어난다. '모닝 페이지'라고 이름 붙인 글쓰기를 우선 40분 가량 한다. 하루를 준비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스스로의 기록이다. 그리고 개와 함께 30분 가량 산책한다. 아침 식사한 뒤 아카데미(그는 1년여전 '남 뮤지컬 아카데미'란 걸 차렸다)로 나간다. 매일 공연이 저녁 8시이니 두시간전쯤 공연장에 도착한다. 아카데미와 공연장 사이에 헬스 클럽에 간다. 정 시간이 없어 못 갈 때는 명동에 있는 아카데미부터 종로 5가 공연장까지 걷는다.공연이 10시에 끝나면 바로 집에 간다. 집에 가면 10시30분, 또 개와 함께 40분 가량 산책한다. 이걸 어기지 않았다. 월요일 공연 없을 때는 제작진과 함께 등산한다. 술, 담배 끊은 지 오래 됐다.

배=소주는 못 마시지만 맥주는 좋아한다. 주량은 많지 않다. 1500cc정도. 공연 시작하고서는 한번도 맥주를 입에 대지 않았다. 지금도 4월 16일 공연 끝나면 '전 세계에 있는 맥주 다 마실거야'라고 떠들고 다닌다. 공연 시작한 뒤 하루 밥 세끼 꼭꼭 챙겨 먹고 틈틈이 요가.수영도 하고, 몸에 좋다는 홍삼.채소를 즐겨 먹게 됐다. 인스턴드 식품을 좋아하던 식생활이 바뀌었다. 후배들에게 농담 삼아 "다이어트 하고 싶으면 장기 공연 해"라고 말한다.

-장기 공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1년을 넘게 계속 긴장할 순 없지 않은가. '정신적 이완'이 중요하다. 그래야 몸도 편안해지고, 순간적인 집중력도 높아진다. 장기 공연에서 연기란 한 손에 새를 붙잡고 자신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 너무 인물에 푹 빠져 손에 힘을 주면 새는 숨이 막혀 죽고, 조금이라도 매너리즘에 빠져 느슨해지면 새는 날아간다. 내가 하는 것을 '놀이'라고 생각하고, 솔직해져야 오래오래 지속할 수 있다.

-힘든 점은.

배='아이다'에서 다른 주역들은 더블 캐스팅인데 나만 혼자다. 마치 이 작품의 퀄리티가 나에게 달린 것 같은 부담감이 가장 힘들다. 공연 도중 쉬는 시간도 없다. 12번 의상을 갈아 입고, 9번 분장을 바꾸고, 7번 가발을 바꿔 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느슨해질까봐 지금도 이집트 박물관 관련 서적을 다시 보고, 사진첩도 들춰 보면서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기 위해 애쓴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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