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일·독 엘리베이터 격전지 된 한국…아파트숲에 규모 세계 3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엘리베이터가 경기도 이천 본사에 설치한 시속 65㎞짜리 현대아산타워 엘리베이터(사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선정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경기도 이천 본사에 설치한 시속 65㎞짜리 현대아산타워 엘리베이터(사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 선정됐다.

글로벌 엘리베이터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아파트 등 건축물의 빠른 재건축 주기와 고층화가 맞물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세계 5위 히타치, 4일 간담회 열고 한국 진출 공식화 #현대 44%로 점유율 1위…티센 18%, 오티스 12%, 미츠비스 3% 등 #재건축·고층화 열풍에 한국 엘리베이터 시장 연 4만 대 급성장 #투자 늘리고 맞춤 제품 내놓는 등 한국 시장 잡기 경쟁 치열

히타치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고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를 공식 출범했다. 1932년 처음 엘리베이터를 생산하기 시작한 히타치는 세계 5위의 업계 강자다. 지난해 엘리베이터 부문에서만 5858억엔(약 5조65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968년 LG산전과 기술 제휴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LG산전의 엘리베이터 사업부문이 오티스에 매각돼 1995년 국내에서 철수한 바 있다. 63빌딩과 한국무역센터 등 80~90년대 지은 고층빌딩의 엘리베이터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22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히타치는 첫 번째 과제로 서울 삼성동에 들어설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겨냥했다. 초고층 빌딩 엘리베이터를 수주하면 성능·안전 측면에서 높은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현재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글로벌 6위인 미쓰비시가 엘리베이터를 따냈다.

손승봉 히타치엘리베이터코리아 사장은 "히타치의 강점은 초고속 엘리베이터다. 초고층 빌딩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며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지만, GBC 엘리베이터 입찰에 참여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첫 목표는 높지만, 실제 내년 수주 목표는 500대로 신중한 모습이다. 연 1000대를 수주해야 국내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할 계획이다. 히타치가 한국 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이유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넓지 않아서다.

한국승강기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시장점유율 1위는 현대엘리베이터다. 시장 점유율은 44%다. 티센크루프 18%, 오티스 12%, 미쓰비시 3% 등 외국계 기업은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인다. 나머지 25%가량은 골리앗 엘리베이터, 컨베이어, 리프트, 크레인 등 특수 품목을 중심으로 10개 안팎의 중소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글로벌 업체들의 한국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 오티스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1만 5600㎡ 규모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와 첨단생산시설을 지난달 착공했다. 내년 중순 완공 예정이다. 송도를 동북아 생산 및 물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미츠비시 역시 올 2월 송도에 305억원을 들여 엘리베이터 제조시설 및 글로벌 R&D 센터 건립에 착수했다. 티센크루프는 지난해 200억원을 들여 천안 공장에 완전자동화 판금설비와 로봇 용접기, 스마트물류센터를 구비했다. 생산·출하 효율성을 높여 공장 회전율을 올리기 위해서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엘리베이터 신설 수요는 연간 약 4만 대다. 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일본의 2배 수준이다. 2013년 3만 대에 못 미쳤던 수요는 올해 4만2800여 대에 달할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빌딩 재건축이 활발해서다. 2015~16년 아파트 신규 분양은 총 97만 가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아파트 수의 9%에 달하는 물량이다. 재건축 건축물 대부분이 10층 이상 고층이라 엘리베이터가 필수다.

특히 한국은 영토가 좁고 엘리베이터 수요가 도심에 집중돼 있어 중국·인도 등보다 생산과 물류가 용이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여기에 고령화로 저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설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엘리베이터는 생산 업체가 유지·보수 등 관리까지 맡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에서 가동 중인 엘리베이터 수는 약 62만 대에 달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잡기 위해 한국 '맞춤형'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오티스의 경우 세계 최초로 가정용 전원(220V)으로 구동할 수 있는 한국형 엘리베이터를 선보였다. 엘리베이터 구동을 위한 별도의 전기공사가 필요 없어 건물주가 공사·설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마찰열을 전력으로 활용해 전력 소비량도 전자레인지보다 적다.

티센크루프 역시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유지·보수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대표 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도 낮은 비용으로 엘리베이터를 빠르게 유지·보수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원격관리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메이저 업체의 진출로 기업 간 기술·영업 경쟁 심화가 불가피해졌다"며 "중저가보다는 고부가가치의 초고속 엘리베이터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한국에 공들이는 주요 엘리베이터 기업

 

세계 순위 

내용

오티스(미)

1위

송도에 R&D센터 및 공장 건립

티센크루프(독)

3위

천안 공장 자동화에 200억원 투자

히타치(일)

5위

한국 법인 설립 

미쓰비시(일)

6위

송도에 생산기지 건설

커지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단위: 대)

 

현대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

오티스

기타

합계

2013년

1만3575

4705

4195

7492

2만9967

2014년

1만5312

6533

4355

8365

3만4565

2015년

1만6448

7017

4678

8985

3만7128

2016년

1만7667

7537

5025

9651

3만9880

2017년(전망)

1만8977

8096

5397

1만366

4만2836

                                                              <자료: 한국승강기관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