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북 화성-15형은 게임체인저?…주한미군 가족 철수론 고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분석]북 화성-15형 게임체인저였나…"주한미군 가족 철수"주장 왜?

매티스 국방 "사거리 등 게임 체인저인지 분석 중" #전문가 "50~150kt 중형 핵탄두 미 전역 타격 가능"

북한의 지난달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시험이후 미국의 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일 “북한과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경고한 데 이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3일(현지시간) “지금은 주한미군 가족들의 철수를 시작할 때”라며 “의회도 선제 전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한국엔 주한미군 2만 8500명의 동반 가족 수만명이 머물고 있으며 주한미군 가족들의 철수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화성-15형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꾸게 만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된 게 아니냐고 우려되는 상황이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3일 CBS 방송에 출연해 "북한과 군사충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주한미군 동반 가족들을 철수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수천명 아이들 한국에 보내는 건 미친 짓…철수해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단순히 미국에 도달시키는 것뿐 아니라 핵무기 운반기술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군사분쟁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이 한국에 가족을 동반하지 못하게끔 부양 가족은 더 이상 보내지 말 것을 국방부에 촉구할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상황에서 수천명의 아이들을 한국에 보내는 것은 미친 짓이며 이제는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 가족을 한국 밖으로 철수하기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레이엄 의원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로 미국을 타격할 있는 능력을 갖는 걸 거부하는 것이며, 이것은 이제 최후 수단으로 선제 전쟁(preemptive war)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제공격은 북한의 모든 미사일 시험과 지하 핵실험으로 (핵)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가능성이 커졌고, 북한이 (추가) 지하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은 매우 심각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의회에서도 선제 전쟁에 대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 사령관의 고유 권한으로 미국 본토를 보호하기 위해 북한을 공격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캘리포니어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화성-15형 발사 이후 전쟁 가능성이 매일 커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무력충돌 없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이 있지만 그는 (무력충돌에) 점점 더 다가가고 있고,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3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예방적 전쟁 가능성과 옛 소련처럼 핵무장한 북한과 공존할 수 없는 이유’를 묻자 “미국 도시의 운명을 김정은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맡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의도는 핵무기 협박을 통해 한반도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축출하고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 핵 무장은 직접적인 위협 뿐 아니라 한국ㆍ일본ㆍ대만ㆍ베트남까지 핵개발 가능성을 만들어 2차 대전이후 가장 위태로운 상황 전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ㆍ러시아의 국익에도 반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AP=연합뉴스]

매티스 “게임 체인저 평가중”, 전문가 “중형 핵탄두 미 전역 타격”

이처럼 연일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 대북 선제공격론과 전쟁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은 북한 화성-15형이 보여준 기술 진전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화성-15형’이 상황을 바꿀 게임 체인저인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평가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매티스 장관은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이 “화성-15형이 게임 체인저인지 아니면 미국에 존재적 위협을 가할 수준까지는 다른 능력을 더 입증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최근 시험발사에 대해선 여전히 분석이 진행 중이란 말외에 현 시점에서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화성-15형의) 사거리나 능력 등 모든 측면에 대해 분석 중”이라며 “분석 결과가 나와야 게임 체인저인지 질문에 대한 더 나은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미사일 전문가들은 중앙일보에 “화성-15형은 화성-14형과 다른 신형 미사일”이라며 “신뢰성을 가지려면 몇차례 실험이 더 필요하겠지만 중형 핵탄두를 탑재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ICBM인 미니트맨 발사 통제장교 출신인 브루스 블레어 프린스턴대 연구원은 “화성-15형 사진 및 비행궤적을 분석한 전문가들이 무거운 핵탄두를 싣고 재진입에 성공할 지 여부는 아직 확정짓진 못했다”면서도 “미국 서부 해안은 50~150kt규모 중형 핵탄두를 싣고 목표의 1~2마일이내 폭파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그밖의 지역은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탄두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과 난기류를 견딜 수 있느냐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기본적으론 미 본토 전역을 타격가능한 미사일로 본다는 뜻이다.

화성-15형 사거리를 가장 먼저 1만 3000㎞로 발표했던 데이비드 라이트 참여과학자연맹 선임과학자도 본지에 “화성-15형의 1단계 엔진은 화성-14형 한 개의 분사노즐인 것과 달리 2개의 분사 노즐을 갖고 있고, 2단계 엔진 역시 14형보다 훨씬 크다”며 “재진입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훨씬 뭉뚝하게 설계를 변형해 정밀도는 떨어지더라도 미국 대도시 등 대형 표적을 타격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엘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화성-15형은 14형보다 엔진 추진력을 50%이상 높여 1000㎏의 탄두를 탑재에 미 본토 어디든 도달 가능하다”며 “북한은 이미 700㎏ 이하 소형 핵탄두를 개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