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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베스트셀러 키워드는 '역주행'

중앙일보

입력

2017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기주의 에세이집『언어의 온도』

2017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기주의 에세이집『언어의 온도』

 이기주 에세이집 『언어의 온도』(말글터)가 올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예스24 2017년 베스트셀러 순위 발표 #1, 2, 3위 모두 무명작가 출신이 작년에 발표한 책 … 뒤늦게 순위 점령 #1위『언어의 온도』는 SNS 열풍, 2위 『82년생 김지영』는 페미니즘 바람

 교보문고와 예스24가 4일 발표한 ‘2017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언어의 온도』가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지음, 민음사)이 2위를, 정신과 의사의 인문에세이집 『자존감 수업』(윤홍준 지음, 심플라이프)이 3위를 기록했다. 1위에서 3위까지 두 서점의 순위가 같다.

2017년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82년생 김지영』

2017년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82년생 김지영』

 이 세 권의 베스트셀러에서 올해 국내 출판계 동향을 읽을 수 있다. 우선 세 권 모두 올해 출간된 책이 아니다. 『언어의 온도』는 지난해 8월 출간됐으며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10월, 『자존감 수업』은 지난해 9월 각각 출간됐다. 이른바 ‘역주행 돌풍’이라 할 수 있다. 세 작가 모두 유명한 작가가 아니었으며, 출간 초기에는 묻혔다가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특이한 결과라 할 수 있다.

2017년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른『자존감 수업』

2017년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른『자존감 수업』

 특히 『언어의 온도』의 약진은 눈부시다. 지난해에는 순위에서 거의 보이지 않던 책이 올 초부터 내내 상위권을 유지했다. 『언어의 온도』 돌풍은 SNS의 사회적 영향력이 발휘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언어의 온도』와 관련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게시물이 5만6179개였다. 에세이 분야에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게시물 수 2위를 차지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지음, 마음의숲. 종합 순위 5위)의 1만3242건과 비교하면 약 네 배 많았다.

 『82년생 김지영』의 선전에는 올해 출판계를 강타한 페미니즘 열풍이 맞물려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페미니즘 관련서가 속한 여성학 분야는 출간 종수가 매년 평균 30종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배가 넘는 78종이 출간됐다.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2.1배 증가했다. 예스24는 사회·문학 분야에서 페미니즘 관련 서적의 판매 권수 증감률을 발표했는데, 페미니즘 관련 서적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751.1%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2년생 김지영』은 올 출판계의 소설 강세를 증명하는 대표 사례이기도 하다. 교보문고 종합 순위 100위에서 소설이 25종이 올라 분야별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9종을 올린 에세이 분야였다. 『82년생 김지영』은 올초 정치권에서 이슈가 된 뒤 줄곧 상위권에 머물렀다. 베스트셀러가 정치 이슈에 민감한 현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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