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낚시 어선 선창1호 전복사고로 22명 중 13명이나 숨질 정도로 인명피해가 큰 이유가 뭘까. 해경과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선창1호가 급유선 명진15호와 충돌하면서 배가 뒤집힌 점, 찬 바닷물에다 강한 바람이 불면서 체온이 빠르게 떨어진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강풍에 추운 날씨, 대부분 선실에 #배 못 빠져나온 14명 중 11명 참변 #해경 도착했을 때 배에 이미 물 차 #수온 10도 이하 땐 1~3시간 내 사망
이번 사고는 낚싯배 승객이 신고한 지 33분 만인 오전 6시42분에 고속단정이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이 도착했을 때 물에 떠 있는 낚시객을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어선 출항 후 날씨가 추워 대부분 선실에 있었고 이 상태에서 갑자기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충돌 시 강한 충격 때문에 배가 뒤집혔고 전복된 상태가 계속되면서 승객들이 미처 배 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해경이 도착했을 때 14명이 배 안에 있었고 이 중 11명이 숨졌다.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배 안에 이미 물이 찼기 때문에 구조대가 들어가 구조했으나 의식불명으로 판단했다. 모두 사망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선창1호 왼쪽 뒷부분(자동차로 치면 왼쪽 뒷바퀴)에 구멍이 크게 발생한 것을 보면 충돌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고 순식간에 배가 뒤집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배가 뒤집히면서 미처 탈출할 겨를도 없어 익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과 달리 선실 밖에 있던 사람들은 구조된 것으로 보인다. 낚싯배 뒤쪽으로 나와 있던 생존자 서모(37)씨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충돌 직후 몇 초도 안 돼서 (배에서) 튕겨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씨 일행은 주변에 떠 있던 스티로폼을 잡고 버티면서 급유선을 향해 ‘살려달라’고 외쳤다.
이날 기상 조건도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바닷물 온도는 7~8도, 풍속은 초속 8~11m였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미국 ‘수색·구조 TF’의 저체온증 생존 기준에 따르면 수온이 4.5~10도에서 30~60분 노출되면 탈진하거나 의식을 잃는다. 1~3시간 내에 구조해야 살 수 있다. 송경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에 빠진 상태에서 강한 바람까지 불었으면 물기가 날아가면서 체온이 더 빨리 떨어졌을 것”이라며 “구조 전에 이미 돌이킬수 없을 만큼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체온이 35도 이하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근육이 심하게 떨리고 32도가 되면 의식이 없어진다. 28~29도로 떨어지면 심장 정지가 온다”고 말했다.
홍기정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에 빠진 사람이 소아·노인이거나 고혈압·심장병·당뇨·뇌졸중 등이 있는 만성질환자일 경우 체온 유지 기능이 떨어져 있어 저체온증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