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충돌 직후 배가 뒤집혀 빠져나오지 못해 익사했을 수도

중앙일보

입력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를 인양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크레인 선박이 전복사고로 침몰한 낚싯배인 선창1호를 인양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인천 낚시 어선 선창1호 전복사고로 22명 중 13명이나 숨질 정도로 인명피해가 큰 이유가 뭘까. 해경과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선창1호가 급유선 명진15호 충돌하면서 배가 뒤집힌 점, 찬 바닷물에다 비교적 강한 바람이 불면서 체온이 빠르게 떨어진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사고는 낚싯배 승객이 신고한지 33분만인 오전 6시 42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이 도착했을 때 물에 떠 있는 낚시객을 발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어선 출항 후 날씨가 추워서 대부분 선실에 있었고 이 상태에서 갑자기 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충돌의 강한 충격 때문에 배가 뒤집혔고 전복된 상태가 계속되면서 승객들이 미처 배안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해경이 도착했을 때 13명이 배 안에 있었고 이 중 11명이 숨졌다. 황준현 인천해양경찰서장 이날 브리핑에서 "배 안에 이미 물이 찼기 때문에 구조대가 들어가 구조했으나 의식불명으로 판단했다. 모두 사망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선창1호 왼쪽 뒷 부분(자동차로 치면 왼쪽 뒷바퀴)에 구멍이 크게 발생한 것을 보면 충돌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고 순식간에 배가 뒤집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배가 뒤집히면서 미처 탈출할 겨를이 없어 익사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들과 달리 선실 밖에 있던 사람은 구조된 것으로 보인다. 선창 1호 생존자 서모(37)씨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출항해서 10분 정도 지났는데 일행들이 뒤쪽에 배 모양 불빛이 보인다고 해 '배일 거야' 했는데 1분도 채 안 돼 뭔가가 들이받았다"며 "충돌 직후 몇 초도 안 돼서 (배에서) 튕겨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사고 당시 친동생 서모(35)씨, 동생 직장 동료와 함께 낚싯배 뒤쪽으로 나와 있었다. 서씨 일행은 주변에 떠 있던 스티로폼을 잡고 버티면서 급유선을 향해 '살려달라'고 외쳤다.
이날 기상 조건도 피해를 키우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바닷물 온도는 7~8도, 풍속은 초속 8~11m였고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요건이면 저체온증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저체온증은 중심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중심체온은 항문에 체온계를 넣어 측정한다.
 미국 수색·구조 TF의 '차가운 물 생존 기준'에 따르면 수온이 4.5~10도에서 30~60분 노출되면 탈진하거나 의식을 잃는다. 1~3시간 내 구조 해야 생존할 수 있다. 송경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에 빠진 상태에서 강한 바람까지 불었으면 물기가 날아가면서 체온이 더 빨리 떨어졌을 것"이라며 "구조해서 도움을 주기 전에 이미 환자 상태가 돌이킬수 없을만큼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체온이 35로 이하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근육이 심하게 떨리는데 32도가 되면 떨림 현상이 없어지고 환자 의식이 없어진다"며 "체온이 28~29도로 떨어지면 심장 정지가 온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겨울바다에 빠졌을 때 저체온증을 늦추기 위해 조난자가 할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얼마나 구조를 빨리 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기정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물에 빠진 사람이 소아·노인이거나 고혈압·심장병·당뇨·뇌졸중 등이 있는 만성질환자일 경우 체온 유지 기능이 떨어져 있어 저체온증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해경은 3일 오후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사망자 시신 8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