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 1위 한국, 방지 예산에 인색 … 내년 105억 편성, 일본의 2%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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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가운데 내년 자살예방 예산이 올해와 큰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논의 중인 내년도 자살예방 예산은 105억5200만원이다. 올해(99억 3100만원)보다 6억원가량 느는 데 그쳤다.

정부, 올해 99억서 6억 증액안 제출 #자살률 상대적 낮은 일본 올 7600억

당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증액 논의가 있었으나 아동수당·기초연금 등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예산 심의를 중단했고, 이 때문에 정부안(105억5200만원)이 그대로 예산결산위원회로 넘어갔다. 예결위에서 일부 의원이 자살의 심각성을 고려해 증액을 제안했다. 어떤 의원은 1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다른 의원은 트라우마센터 건립을, 또 다른 의원은 기초정신건강증진센터를 추가로 설치하는 데 44억원을 투자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최종 협상에서 증액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자살예방사업은 11가지다. 이 중 두 가지 사업만 늘려 잡았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운영비를 올해 3억9900만원에서 4억900만원으로, 자살 고위험군 집중관리사업 예산을 올해 32억9200만원에서 37억3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자살 고위험군 관리사업은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 이들을 상담해 자살을 다시 시도하지 않게 돕는 사업이다. 생명존중문화 조성, 자살예방 교육 등의 나머지 8개 사업은 예산이 동결됐고 자살예방실태조사 예산(2000만원)이 신설됐다.

11가지 자살예방사업 외 전국 시·군·구에 설치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자살예방 활동을 지원하는 예산이 있는데 올해 73억3100만원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에 79억5200만원으로 늘리는 안을 제출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1위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는데도 자살예방사업 예산이 일본의 1.3%에 불과하다”며 예산·인력·조직 확대를 촉구했다. 일본의 올해 자살예방 예산은 7633억원이다. 2015년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6.5명으로 OECD 평균(12.1명)의 2.2배에 달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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