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미래 먹거리’ 자동차배터리 분야 1조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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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국내외 전기차배터리 사업에 1조원 넘게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차세대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헝가리 공장 8000억, 증평·서산 증설 2000억 #전기차배터리 수요 2배 늘 전망 #중국 수출길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 #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데 8402억원을 투자하고, 국내도 충북 증평과 충남 서산에 2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생산설비를 증설한다고 30일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안 하던 것을 새롭게 잘 하는’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딥체인지 2.0의 경영방침을 강력하게 실행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딥체인지(Deep change)’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세운 경영철학이다.

 실제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209kt(1kt=1000t)에서 2025년 534kt으로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돈으로 환산한 시장 규모도 2025년까지 10~40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해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생산을 목표로 헝가리에 한해 7.5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공장을 짓기로 했다. 독일의 다임러그룹 등 유럽 고객사의 전기차 수요를 겨냥한 투자다. 또 2019년까지 국내 증평공장에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설비를 증설해 이 분야 1위인 일본의 아사히를 따라잡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의 서산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직원이 설비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서산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직원이 설비를 작동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서산에 있는 배터리공장 설비도 증설해 국내 전기차배터리 공장 생산능력을 한해 4.7GWh로 끌어올린다.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이번 설비는 한 번 충전하면 500㎞를 주행할 수 있는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

 중국과의 관계가 해빙모드로 접어들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그동안 닫혔던 중국 수출길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에만 10차례 보조금 지급 차량 목록을 발표했지만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모두 제외됐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LG화학 난징공장과 삼성SDI 시안공장은 생산 물량을 중국 외 시장으로 수출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쪽으로 수요를 돌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베이징 배터리팩 공장도 지난 3월 이후 가동을 멈췄다.

 그러나 중국의 제재가 자국의 ‘전기차배터리 굴기’를 위한 방편이라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할 수 만은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사드 보복 이전부터 한국 배터리 사업을 제재해 2년이 넘어가고 있다”며 “자국 업체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려고 정부가 나서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엔 중국 배터리 업계의 인력 빼가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인력의 30~40%가 중국 업체의 제안을 받았다는 추산까지 나온다. 중국 업체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았던 국내 업계의 A씨는 “국내 업체보다 3~4배 높은 연봉, 경력 10년 이상 부장급 기준으로 4억~5억원의 연봉을 제시했다”며 “과거 반도체·휴대전화 등 신사업 인력 유출로 인한 피해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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