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속 여파…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유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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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3주구 전경. [사진 서초구]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3주구 전경. [사진 서초구]

'반포 대첩' 2라운드를 예고했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과열 수주전을 막기 위한 정부의 집중 단속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산업개발만 단독 입찰 #현장설명회엔 8곳 참석 #반포 노른자 입지에도 의외 결과 #정부 합동점검, 사업성 부담 여파 #내년 초 입찰 재공고 예정

2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반포1단지 3주구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산업개발만 참여해 유찰이 결정됐다. 이번 입찰은 일반경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최소 2곳 이상의 건설사가 참여해야 입찰이 성사된다. 역대 최대 재건축 수주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반포1단지 1·2·4주구와 같은 생활권이고, 올해 몇 안 남은 강남권의 주요 사업지인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반포1단지 1·2·4주구 시공사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GS건설도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GS건설 관계자는 "회사 내부 검토 결과 입찰에 들어가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현재 전용면적 72㎡ 1490가구에서 재건축을 거쳐 최고 35층 2091가구로 탈바꿈한다. 예상 공사비는 8087억원이다. 길 건너편에 있는 반포 1·2·4주구보다 규모가 작고 한강 조망이 되지 않지만, 반포 노른자 입지에 있어 시장의 관심이 컸다. 지난달 10일 열린 현장설명회엔 건설사 8곳이 참여했다.

지난 10월 GS건설이 서울 잠원동 한신4지구 매표 행위 제보와 관련해 입수한 금품·향응 증거물. [사진 GS건설]

지난 10월 GS건설이 서울 잠원동 한신4지구 매표 행위 제보와 관련해 입수한 금품·향응 증거물. [사진 GS건설]

그런데도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를 꺼린 것은 정부의 과열 수주전 집중 단속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9월 25일부터 시공사 선정 과정의 위법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합동점검을 하고 있다. 점검 대상 조합은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최근 시공사를 선정했거나, 앞으로 선정할 예정인 단지들이다. 회계처리 등 조합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은 물론 시공사 선정 과정, 계약 내용도 집중 점검 중이며,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을 대상으로 한 불법 홍보 행위도 단속한다.

이는 최근 강남 재건축 단지의 과열 수주전 양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앞서 9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수주전 과정에서 '이사비 7000만원' 공약이 나와 논란을 빚은 데다, 잠원동 한신4지구에선 건설사의 금품제공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사업성 측면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 규제로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진 데다, 1·2·4주구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높아진 3주구 조합의 눈높이를 어떻게 사업성으로 연결할지 고민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오랜 기간 수주에 공을 들인 사업지라, 다른 건설사가 도전장을 던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건축 조합 측은 시공사 입찰 재공고 일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공고 후 입찰까지 최소 법정기한이 45일인 만큼 내년 초는 돼야 시공사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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