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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8급 보좌관 늘릴 땐 일사천리 … 찬 151, 반 28 본회의 통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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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야가 24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원 보좌진을 현행 7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표결 결과는 재석 과반수를 넉넉하게 넘겼다. 218명 재석에 찬성 151표, 반대 28표, 기권 39표였다.

300명 예산 67억은 결국 국민 부담 #“우리 세비 깎아 비용 충당하자” #일부 의원 호소는 공허한 외침으로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표결 전 발언을 통해 “우리가 비서를 새로 신설할 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여부가 핵심인데 국민에게 추가 부담토록 하는 것은 염치가 없다”며 “우리 세비를 깎아서라도 인턴 1명을 8급 비서로 전환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법안 반대를 호소했다. 하지만 허공에서 사라지는 외로운 메아리였다. 이로써 8급 비서직 1명이 증원돼 ‘국회 공무원’ 300명이 일시에 증원될 수 있게 됐다.

투표가 진행될 때 여야의 원내대표는 공교롭게도 일제히 본회의장에 없었다. 앞서 보좌진 증원을 놓고 ‘밥그릇 챙기기’라는 여론의 비판이 일었을 때도 여야의 원내 지도부는 이를 피해갔다. 표결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의원 각자의 의견에 따라 자유 투표로 한다”고 했고 자유한국당 역시 “의원 간 심각한 이견은 없는 만큼 의원총회까지 열어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법안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어쩌면 상당수 의원이 “비판 여론도 며칠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

보좌진 증원 문제는 늘리는 것은 나쁘다는 식의 단순 논리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 현재 국회의원실마다 2명씩 두도록 돼 있는 인턴들이 내년이면 무더기 해고되는 만큼 보좌진을 늘려 해고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법안 취지를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 법을 대하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태도다. 이날 본회의에서 함께 통과된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수정안은 신속 처리를 위한 국회선진화법을 적용한 ‘패스트 트랙’ 1호 법안이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한 뒤 본회의 표결에 오르는 데 330일을 넘겨야 했다. 전날까지도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 권한 등을 놓고 여야가 협상을 벌였다.

그런데 국회의원 보좌진 증원 법안은 공개적 논의 과정 없이 지난주 운영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를 통과하더니 별다른 이견 없이 ‘패스트’하게 본회의에 올랐다. 국회 사무처에서 “정부 부처가 한꺼번에 공무원 300명을 증원하자고 하면 국회가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하겠는가. 소요 예산, 인력 배치안, 증원 필요성 등을 샅샅이 들여다볼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러니 국회가 “국민 이익보다 의원 이익에 더 충실하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 없는 게다. 이날 법안 통과로 추가 고용 예산 67억원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국회는 그 돈이 ‘헛돈’이 되지 않게 행정부에 대한 감시, 입법 능력 강화 등으로 국민에게 화답해야 한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반대 표를 던진 의원 명단(가나다순)=서형수·송영길·안민석·오제세·이상민·최운열·홍영표(이상 민주당)·김석기·김무성·김상훈·김영우·박대출·박성중·유민봉·이은권·전희경·정양석·정종섭·함진규(이상 한국당)·김중로·신용현·유성엽·이언주·최경환(이상 국민의당)·박인숙·오신환·유승민·유의동(이상 바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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