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가 전재산 2만원으로 기름 바닥난 운전자 도운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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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맥클루어와 노숙자 조니. [사진=고펀드미]

케이트 맥클루어와 노숙자 조니. [사진=고펀드미]

노숙자가 없는 주머니 사정에도 자신이 가진 돈을 사용해 곤경에 처한 운전자를 도운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도움을 받은 운전자는 노숙자에게 은혜를 갚았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는 케이트 맥클루어와 노숙자 조니의 인연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27세인 맥클루어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고속도로를 운전 중이었다. 그러나 연료가 떨어져 그만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마침 지갑에 돈도 떨어진 상황. 기름 없는 차 안에서 오도 가도 못한 신세가 된 것이다.

이때 맥클루어는 조니라는 이름의 노숙자와 만났다. 노숙자는 맥클루어에게 이런 곳에서 차를 세워두고 있으면 위험하니 문을 닫고 있으라고 조언하고는 근처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사 왔다는 것이다. 그가 맥클루어를 위해 구입한 기름은 약 20달러어치. 우리 돈으로 2만 1000원 정도다.

맥클루어는 조니가 대신 사다 준 기름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맥클루어는 조니에게 다시 돌아와 은혜를 갚겠다고 약속했고,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모금 운동) 서비스에 자신이 조니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연을 등록했다. 조니를 돕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다.

케이트 맥클루어와 노숙자 조니. [사진=고펀드미]

케이트 맥클루어와 노숙자 조니. [사진=고펀드미]

맥클루어는 모금 운동 사이트에 다음과 같이 사연을 등록했다.

"연료가 떨어진 경험이 없어서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가장 가까운 주유소로 갔죠. 그때 조니를 만났습니다. 조니는 매일 도로 옆에 앉아 표지판(구걸을 위한)을 들고 있었어요. 제가 차를 세우는 것을 조니가 봤고, 그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게 됐죠. 조니는 제게 차로 돌아가서 문을 걸고 있으라고 말했고, 그가 마지막 남은 20달러를 사용해 빨간색 연료통에 기름을 구해 온 덕분에 저는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모금 운동은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1만 달러 모금을 목표로 시작했지만, 사연이 매체 등을 통해 알려지며 지금까지 29만 3000달러가 모였다.(약 3억 2000만원)가 모인 것이다. 목표 금액의 30배에 달하는 돈이 맥클루어의 감동 사연을 응원했다. 모금은 계속 진행 중이다.

맥클루어는 조니를 "위대한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조니가 아파트와 차를 빌리고 약 6개월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이 모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맥클루어는 또 "조니는 일자리를 찾고 싶어 한다"며 "나는 그가 깨끗하고 즐거운 밤을 보낼 수 있는 곳에서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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