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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간호사 지원 열악···외상센터 신규간호사 절반 그만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현민 이사장은 "권역외상센터는 사회안전망이므로 정부가 책임지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조현민 이사장은 "권역외상센터는 사회안전망이므로 정부가 책임지고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는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상황이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외상센터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조현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조 이사장은 "외상센터는 사회안전망으로 대량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재난·테러에 대비하는 시설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센터가 존립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대한외상학회 조현민 이사장 #중증 외상 환자 치료하고 재난·테러 대비하는 시설 #국민 다수 외상센터 존재 잘 몰라 #중증외상환자는 권역외상센터 가야 살수 있어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지원 젊은 의사 부족 #사명감으로 시작해도 보상 적고 힘들어 포기 #국가가 전문 인력 키우지 않으면 센터 존립 위기

외상센터가 자리 잡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뭔가.
인식 부족이다. 첫 권역외상센터가 문을 연 지 5년, 전국에 14곳(17곳으로 확대할 예정)의 외상센터가 있지만 권역외상센터 존재를 잘 모른다. 국민도, 환자를 이송하는 사람도 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증외상환자가 응급실로 가고 외상센터로 이송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응급의료센터와 외상센터는 뭐가 다른가.
응급의료센터는 심장마비·뇌졸중 같은 질환 때문에 발생한 응급 환자를 보는 곳이다. 외상센터는 교통사고·추락·총상 등으로 심각하게 다쳐 분초를 다투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다. 365일 24시간 응급 수술이 가능하도록 중증외상환자만을 위한 시설·인력이 갖춰져 있다. 그런데 중증외상환자가 응급실로 가 여러 환자와 뒤섞여있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증외상환자는 반드시 권역외상센터로 가야 살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들었다.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경험·지식을 가진 전문 인력 확보가 힘들다.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가 부족하다. 우리 병원(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이 필요한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는 23명인데 지금 17명에 불과하다. 다른 외상센터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앞으로 외상센터 첨단 시설 운용할 의사가 부족할 것이다. 권역외상센터 1곳당 외상외과 세부전문의 23명이 필요하다. 국내 중증외상센터 17곳이 모두 문을 열면 외상외과 전문의가 391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배출된 외상외과 세부전문의(2010년~2016년)는 228명이고 이중 절반만 외상외과 의사로 일한다.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약 30명이 외상외과 세부전문의에 지원했는데 최소 50명은 되어야 한다. 국가가 전문 인력을 지원하고 키우지 않으면 외상센터가 지속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도입하고 센터를 잘 지어도 그것을 운용할 사람이 없으면  될 것이다.  
충분한 보상이 안되는 게 문제인가
우리 병원 외상센터의 외상외과 전문의 2명이 최근 지쳐서 그만뒀다. 3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는데 고생한 만큼 보상이 없다. 한 번만 당직을 서도 바이오리듬이 망가지고 체력이 뚝 떨어진다. 인력이 부족해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니 지쳐서 그만두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사명감으로 시작하더라도 고된 강도에 맞는 충분한 보상이 없으면 지쳐서 그만둔다. 비슷한 급여면 삶의 질이 높은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또 외상외과 특성상 고되고 당직이 많아 55세를 넘으면 힘이 부치기 시작한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짧다.    
권역외상센터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나.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지난해 적자가 20억원 정도였는데 보건복지부 지원(20억원)을 받아서 적자를 간신히 면했다. 적자를 면해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준이다. 정부는 의사 외에 지원인력(응급구조사·간호사 등)에는 당직비를 포함한 인건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보상은 적고 업무는 과해 그만둔다. 외상센터에 발령받은 신규간호사 절반이 1년 이내에 그만둔다. 외상센터 간호사 이직률이 높다.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보는 것이 좋은데 지금은 3~4명 본다. 환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간호사도 업무량 때문에 지친다. 인건비뿐 아니라 수술 가격(수가)도 문제다. 중증 외상은 들어가는 인력·장비를 따지면 비효율적이다. 중증 외상 수가를 책정할 때 비용대비 효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예컨대 복강경(내시경)으로 하루에 외과 수술을 10건도 더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증 외상 환자는 종일 수술할 때도 있다. 일반 질병 환자의 5~10배 수가가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증 외상 수술이든 일반 수술이든 똑같이 본다. 
권역외상센터가 나아갈 길은.
2012년 우리나라에서 권역외상센터를 처음 지정한지 5년 지났다.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성장을 해야 할 때다. 그간 권역외상센터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외상자료를 정리·분석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외상체계를 구축하고 중증외상환자 치료성적을 향상해야 한다. 대량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재난에 대비해 병원 단계에서 재난대응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민·군 합동 외상체계를 만들어 언제 닥칠지 모르는 테러와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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