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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속이고 복어 잡았다"…北 나포된 흥진호 수사 결과 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1일 동해상 북측 수역으로 넘어가 북한 당국에 나포됐던 391흥진호가 엿새 만인 지난달 27일 오후 10시16분께 속초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사진은 391흥진호가 속초항에 입항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동해상 북측 수역으로 넘어가 북한 당국에 나포됐던 391흥진호가 엿새 만인 지난달 27일 오후 10시16분께 속초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사진은 391흥진호가 속초항에 입항한 모습. [연합뉴스]

포항해양경찰서가 북한 경비정에 붙잡혀 엿새간 억류됐다 풀려난 '391흥진호(이하 흥진호)'의 불법조업 관련 수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흥진호는 고의로 북한 해역에 들어가 사흘간 복어 조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흥진호는 당시 북한 경비정이 접근해 나포 위기에 처했는데도 불법조업 처벌이 두려워 구조요청이나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복어 조업량 적자 항로 돌려 북한 해역으로 #처벌 두려워 나포 위기에도 구조 요청 안 해 #출항 후 위치식별장비 전원 끄고 조업 강행

포항해경은 선장 A씨(47)를 수산업법 위반(월선조업) 혐의, 선주 B씨(50)를 수산업법 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나머지 선원 8명은 무혐의 처분했다.

해경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8일 어획고를 올리기 위해 고의로 한일중간수역을 벗어나 북한 해역 안 50~62해리까지 들어간 뒤 사흘간 불법조업을 했다. 그러다 지난달 21일 북한 경비정에 붙잡혔다.

24일 경북 포항시 포항해양경찰서에서 해경 관계자가 흥진호 불법조업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포항해경]

24일 경북 포항시 포항해양경찰서에서 해경 관계자가 흥진호 불법조업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포항해경]

선주 B씨는 선장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난달 22일 해경과 포항어업정보통신국에 "흥진호는 한일중간수역에서 정상 조업 중"이라고 허위 보고했다.

흥진호는 당시 선장 A씨를 비롯해 7명의 한국인과 3명의 베트남인 등 모두 10명이 승선한 채 조업에 나섰다. 흥진호는 지난달 16일 울릉도를 출항한 뒤 몇 시간 뒤 위치식별장비인 V-PASS 전원을 끈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흥진호가 북한 해역에서 불법조업한 이유는 어획고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흥진호는 1차 출어(지난달 9~13일)로 한일중간수역에서 정상 조업을 했지만 복어를 150㎏밖에 잡지 못했고 2차 출어(지난달 16~17일)로도 복어를 1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경북 울진 후포항에 도착한 391흥진호 선원들이 얼굴을 가린 채 배에서 내려 버스에 타고 있다. 391흥진호는 지난달 21일 동해 상 북측 수역을 넘어가 북한 당국에 나포됐다가 풀려났다.[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경북 울진 후포항에 도착한 391흥진호 선원들이 얼굴을 가린 채 배에서 내려 버스에 타고 있다. 391흥진호는 지난달 21일 동해 상 북측 수역을 넘어가 북한 당국에 나포됐다가 풀려났다.[연합뉴스]

흥진호는 어획고를 올리기 위해 18일 오전 4시쯤 항로를 변경해 북한 해역으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21일 0시 30분쯤까지 북한 해역에서 모두 3.5t의 복어를 잡았다. 이 기간 동안 B씨는 해경 등에 한일중간수역에서 정상 조업을 하고 있다고 허위로 위치 보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흥진호는 19일 오후 7시쯤 북한 어선에 2~3m까지 접근해 위협을 가하고 마이크로 항의를 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투망해 둔 어구 150통 중 50통을 북한 어선이 절단했다고 판단해서다.

흥진호는 21일 오전 0시 30분께 중국어선과 비슷한 모양의 북한 경비정이 사이렌을 울리며 접근하자 1시간가량 도주하다가 나포됐다. A씨는 도주 당시 북한 경비정이 충돌할 정도로 가까이 접근해 경황이 없었고, 북한 해역 불법조업으로 처벌받을 것이 두려워 해경이나 어업정보통신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흥진호 전 선장 고모씨가 흥진호 북한 나포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경민 해양경찰청장,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흥진호 전 선장 고모씨가 흥진호 북한 나포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경민 해양경찰청장,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연합뉴스]

흥진호 선원들은 북한 경비정에 붙잡힌 후 원산에서 지난달 22~26일 동안 잡혀 있으면서 개인 신상, 북한해역에서 조업·도주사유, 도주 시에 홋줄을 던진 이유 등에 대해서 조사받고 진술서 및 서약서 등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A씨와 B씨를 대구지검 경주지청으로 송치하는 한편 형사처분과는 별개로 선박안전조업규칙(월선금지) 위반에 따라 경북도청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월선금지로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어업허가와 해기사 면허가 취소된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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