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족 “작은 뼈 나올 때마다 알리지 말라고 부탁한 적 있어”

중앙일보

입력

세월호 선체. [중앙포토]

세월호 선체. [중앙포토]

세월호 선체 수습 과정에서 미수습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으나 해양수산부가 은폐했다는 의혹이 나와 파문인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은 "'작은 뼈'가 나올 때마다 알리지 말아 달라고 김현태 본부장에게 부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장례를 치른 단원고 조은화·허다윤 양의 가족들이 23일 이같이 밝혔다.

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걱정하는 마음에 (박은미씨와 함께) 은화나 다윤이 것일 가능성 높은 뼈가 추가로 발견되면 DNA 확인을 통해 누구의 뼈인지 확인하고 그때 발표해 달라고 김 부본부장에게 부탁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추가로 발견한 뼈가 다른 미수습자의 것이면 가장 좋겠지만,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당시에 발표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해수부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발표하고, DNA 검사 결과도 다 밝혔으면 좋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이런 내용을 발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태 본부장. [연합뉴스]

김현태 본부장. [연합뉴스]

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 역시 "예전에 다른 미수습자의 손목뼈가 나온 뒤 추가로 뼈 몇 조각이 더 나왔었는데, 그때처럼 자꾸 중계방송하는 식으로 알리지 말고 조용히 가족들이 수습할 수 있게 해달라고 김 부본부장에게 부탁한 적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다윤이 경우도 큰 뼈들이 발견된 뒤 작은 뼈들이 하나씩 추가로 수습됐다"며 "아직 뼈를 한 조각도 찾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도 있는데 그분들의 아픔도 있고 우리도 속상하니 뼈가 한 조각 나올 때마다 알리지 말고 모아서 DNA가 확인되면 그때 발표해도 되지 않느냐고 부탁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사실 4층 객실에서 나온 거면 다윤이 뼈 중에 빠진 부분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면서 "그 때문에 17일 나온 뼈에 대해 말을 안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해수부는 '은폐 의혹' 책임을 물어 이철조 세월호 후속대책추진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지난 17일 김 본부장이 이 단장에게 유골 발견을 보고했으나, 이 단장은 미수습자 가족들의 심리적 동요를 우려해 이를 사흘 동안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